하마스, 새 협상안 거부…이스라엘 "가자 목표추구 총력"
이스라엘서 '이스라엘에 전략적 승리 안기는 자충수' 분석도
이란·이스라엘 충돌에 더 깊은 수렁 빠진 가자전쟁
이스라엘과 이란이 직접 군사 충돌하면서 가자지구 전쟁이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과 이집트, 카이로의 중재로 최근 재개된 가자지구 휴전 협상은 공전하던 와중에 실제적 확전 위기에 부닥치면서 해법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당장 하마스는 중재국들의 협상안을 거부하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의 총력전을 경고하는 등 양측은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는 강경한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14일(현지시간) 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에서 가장 새로이 나온 제안을 거부했다면서 "총력을 다해 가자지구 (군사작전의) 목표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이스라엘 정부에서 협상을 둘러싸고 이전보다는 낙관적인 발언들이 흘러나왔지만 분위기가 순식간에 냉각된 셈이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이번 하마스의 협상안 거부 이유로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을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으나 하마스의 가자지구 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가 "이란과의 긴장을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마스로서는 이란을 상대하느라 이스라엘의 전력이 분산되면 이를 가자지구에서 입지를 재정비할 기회로 활용할 공산이 크다.

든든한 지원자인 이란의 직접 개입을 확인한 만큼 협상에서 이스라엘에 양보할 현실적 이유가 줄어들기도 했다.

하마스는 지난달 31일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가자지구 주민들이 완전히 지친 상태임을 인정하고 팔레스타인의 승리와 자유를 이끌겠다고 강조하는 '이례적인 반성문'을 내놓을 만큼 수세적이던 터였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가자지구에서 3만3천여 명의 막대한 인명피해라는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는 하마스는 내부 결속과 권위 강화를 위해 전쟁에 정당성을 계속 부여하려 하고 있다.

반미·반이스라엘에 맞서는 '저항의 축'의 핵심인 이란이 직접 이스라엘과 군사적으로 충돌하면서 전선이 확대됐고, 이런 하마스가 이런 정당성을 주장하기에 유리한 명분이 조성될 수 있다.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작전이 '서방과 반서방', '유대교와 이슬람'의 대결 구도가 전환될 수 있어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하마스가 지난 6개월간 가자지구에서 통치 능력이 약화하고 분열됐으나 이스라엘이 바라는 패퇴까지는 아직 머나먼 상태라고도 전했다.

이란·이스라엘 충돌에 더 깊은 수렁 빠진 가자전쟁
이런 구도 변화를 고려하면 세계 정상은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습을 규탄하면서 가자지구의 즉각적인 휴전을 거듭 촉구했으나 전망은 밝지 않아 보인다.

이스라엘에서는 이번 공습으로 이란이 국제사회의 시선을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재앙에서 '서방 대 이란' 전선으로 돌리는 자충수를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은 이번 사태가 "이란이 이스라엘에 이번 전쟁에서 처음으로 전략적 승리를 안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지난해 10월 7일 이후 전쟁의 초점은 고통받는 가자지구의 민간인으로 옮겨 갔고 전 세계가 하마스 패퇴의 필요성에 대한 시각을 잃어 갔다"며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이란은 미국과 유럽 강국들을 이스라엘 편으로 결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속도의 미사일과 드론을 섞은 이란 공격은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싸움이 러시아·이란 축에 대항하는 서구 민주주의 싸움의 일환이라는 점을 상기한다"고 전했다.

확전은 됐지만 이란에 대한 서방의 누적된 적대로 이스라엘이 받는 인도주의적 압박이 희석됐다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