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의 공론화위원회가 오늘과 내일, 그리고 20~21일 나흘간 시민대표단 500명이 참가하는 숙의토론회를 연다. 마지막 날인 21일엔 투표를 통해 국민연금 개혁 단일안을 결정하고 이를 연금특위에 보고할 예정이다. 공론화위는 지난달 10일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1안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은 40%에서 50%로 높이는 ‘더 내고 더 받자’는 안이다. 2안은 보험료율을 12%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는 ‘더 내고 그대로 받자’는 안이다. 두 안 모두 기금 고갈 시점을 7~8년 늦추는 데 불과해 민간자문위가 제시한 ‘보험료율 15%, 소득대체율 40%’안에 비해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 데다 시민대표단이 판단할 근거가 될 교과서(자료집)마저 부실하다는 게 확인됐다. 보건복지부가 제공한 개혁안별 미래 재정 상황 등을 보여줄 재정수지 전망 지표들을 공론화위가 임의로 대거 뺐다는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1안과 2안은 기금 고갈 시기만 놓고 보면 고작 1년 차이라 당연히 ‘조금 더 내고 더 받는’ 안을 선택하기 쉽다. 하지만 자료집에선 빠진 재정수지 기준으로 보면 향후 70년간 1안은 누적적자를 702조원 늘리고, 2안은 1970조원 줄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안이 누적적자에 미치는 격차가 무려 2700조원에 달한다. 보험료율을 높인 재정 효과는 당장 나타나지만 소득대체율을 올린 효과는 연금을 탈 때나 드러나는 ‘시차’ 때문에 생기는 착시 현상이다. 이런 차이를 시민대표단이 한눈에 볼 수 없게 한 것은 ‘조삼모사’ 정도가 아니라 미래세대에 엄청난 빚 부담을 안길 수 있는 ‘눈속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여당의 총선 참패로 3대 개혁이 암초를 만난 건 사실이지만 야당 역시 집권을 노리는 정당이라면 더 큰 책임감을 갖고 마주해야 할 과제다. 우선 첫발을 뗀 연금개혁부터 제대로 처리해야 한다. 시민대표단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