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덮어주겠다" 백현동 개발업자 회유…재판부 "반성하는지 의구심"
'백현동 수사 무마' 돈 뜯은 브로커 징역 4년·13억 추징
백현동 개발사업 민간업자로부터 수사 무마 청탁 대가로 거액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된 부동산 업자에게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1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KH부동산중개법인 운영자 이모(69)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13억3천여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에서 근거가 없다고 밝혀진 주장을 법정에서 동일하게 하는 것을 보면 진정으로 반성하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자백하는 등 유리한 측면을 고려해도 엄중히 처벌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씨는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문제가 된 수수액 중 일부는 빌려줬다가 돌려받은 것이거나 분양 사업 일환으로 지급된 용역 대금이라고 주장했는데, 법원은 이씨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판단했다.

돈을 건넨 백현동 개발사업 민간업자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이 "이씨와 동업한 적이 없다"고 증언한 점, 이씨가 진행했다고 주장하는 사업의 실체가 불분명한 점 등이 근거가 됐다.

이씨는 2022년 5월부터 작년 6월까지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등으로 수사받던 정 회장에게 접근해 수차례에 걸쳐 13억3천616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씨는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에게 얘기해 사건을 덮어주겠다"며 사건 무마를 대가로 돈을 뜯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이씨가 수사 무마를 위해 정 회장에게 고검장 출신인 임정혁(사법연수원 16기) 변호사와 총경 출신인 곽정기(33기) 변호사를 소개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두 사람을 지난 1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임 변호사와 곽 변호사는 정당하게 받은 수임료이고 부당한 청탁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씨의 수사 무마 범행은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루된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덜미가 잡혔다.

검찰은 이 대표가 민간업자인 정 회장에게 특혜를 몰아줘 1천365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차지하게 했다고 보고 작년 10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 대표와 정 회장은 각각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개발 사업에 참여했던 로비스트 김인섭 씨는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