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김재섭 신드롬
만화 ‘아기공룡 둘리’, 드라마 ‘응답하라! 1988’과 ‘오징어 게임’에는 지역적 공통점이 있다. 모두 서울 도봉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아기공룡 둘리 속 고길동 집 대문 앞 풍경이나 ‘응팔’, ‘오겜’의 쌍문동 골목길에서 느껴지듯 도봉구 하면 변두리 이미지부터 연상하는 사람이 적잖다. 실제 도봉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2022년)이 가장 낮다.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대대로 민주당 계열의 텃밭이었다. 도봉구 선거구는 1988년 13대 총선 때 도봉갑과 도봉을로 나뉘었는데, 그중에서도 도봉갑은 1992년 14대(유인태 전 의원)부터 2020년 21대까지 총 8번 중 7번을 민주당 계열이 승리했다. 2008년 18대 때 신지호 한나라당 전 의원이 뉴타운 바람을 업고 당선된 것을 빼곤 김근태 전 의원(15~17대)과 부인 인재근 의원(19~21대)이 내리 3선씩 했다.

보수당의 험지 중 험지인 이곳에서 이번 총선의 최대 이변이 일어났다. 김재섭 국민의힘 후보가 서울 동북권에서 여당 후보로는 유일하게 당선됐다. 김 후보의 당선은 단순히 ‘깜짝 승리’를 넘어 앞으로 정당의 선거 전략에서 교과서적 사례로 삼을 만한 메시지들이 있다.

그는 국민의힘의 전통적 지지층인 60대 이상 고령층은 물론 20~30대와 10대 학생층까지 섭렵하는 세대별 타깃 선거운동을 했다. 올해 37세로 스스로 MZ세대인 그의 인스타 팔로어에는 초·중·고교생이 3000명이나 된다. 지역구 내 대부분 일선 학교에 인조 잔디 구장이 없는 것에 착안해 잔디 구장 설치 공약을 했더니 학생들이 인스타 쇼츠 등으로 김 후보 지원에 나섰고, 부모 표심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는 세대별뿐만 아니라 동별 맞춤 공약도 여럿 내놨는데, 이런 디테일이 가능한 것은 그가 3대째 도봉구 토박이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교통 인프라 개선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그의 표현대로 “도봉구에서 가방 메고 등하교하고, 지하철 타고 출퇴근해본 유일한 정치인”이기에 더 호소력이 있었다. 김 당선인이 곧 태어날 아기까지 4대째 토박이 구민으로서 ‘변두리 도봉’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주목된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