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戰 비판하다 25년형 선고…수감 전 두차례 중독 겪어
아내 "남편 신경 죽어가"…"美英, 러와 '수감자 교환' 협상해야"
제2 나발니 나오나…"러 옥중투쟁 카라-무르자 위중"
반역죄 등으로 25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러시아 반정부 인사 블라디미르 카라-무르자가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처럼 감옥에서 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카라-무르자가 나발니에 이어 옥중에서 사망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대표적인 야권 정치인 보리스 넴초프의 측근이자 언론인인 카라-무르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했다가 지난해 4월 25년 형을 받고 모스크바에서 4천300여㎞ 떨어진 시베리아 교도소로 보내졌다.

그는 2015년과 2017년 두 차례나 중독으로 쓰러져 신경계가 크게 손상됐는데, 당시 의사들은 적절한 치료가 없으면 2년 안에 사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작년 12월에는 발이 심하게 부어 신발을 못 신기도 했고, 나발니가 옥중에서 의문사한 2월 무렵에는 팔다리 감각을 잃었다.

그의 아내는 교도소 신경과 전문의가 한 검사에서 남편의 신경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카라-무르자는 2015년 넴초프가 모스크바 시내에서 괴한들의 총에 맞아 사망하고 3개월이 지난 시점에 미확인 독극물에 중독돼 쓰러졌다.

그는 다발성 장기부전을 겪으며 혼수상태로 몇주간을 버틴 끝에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그러다 2017년 2월 또다시 중독 증세로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는 치료를 받으러 해외로 나갔다가 2022년 초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운동을 벌이기 위해 모스크바로 돌아왔다.

그는 당시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겨냥해 '살인자들의 정권'이라고 맹비난한 직후 체포됐다.

푸틴의 '최대 정적' 나발니가 2020년 중독으로 쓰러진 후 독일에서 치료받다가 체포가 될 것을 알면서도 러시아로 돌아온 것과 비슷한 행보였다.

나발니는 지난 2월 러시아 최북단 시베리아 지역 교도소에서 의문사했다.

제2 나발니 나오나…"러 옥중투쟁 카라-무르자 위중"
카라-무르자는 반체제 인사 집안에서 태어났고, 어머니가 1990년대 영국인과 재혼하면서 영국으로 이주했다.

케임브리지대를 졸업하고 영국 시민권을 받았으며, 언론계에서 경력을 쌓다가 2003년 러시아로 돌아와 선거에 출마한 적이 있다.

나발니가 푸틴을 직접 겨냥한 반대운동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면 카라-무르자는 영국과 미국에 살면서 반정부 단체를 연결하고 러시아 정권을 제재할 수 있는 국제관계 구축에 전념했다.

그의 가족과 지인들은 미국과 영국이 러시아와 '죄수 교환' 협상을 통해 영국-러시아 이중 시민권자이자 미국 거주자인 그를 구출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카라-무르자는 지난달 WSJ에 보낸 편지에서 "푸틴 정권은 살아있고, 우리 사회에 심어놓은 공포를 먹고 있다"며 "하지만 협박과 마찬가지로 공포는 사람들이 굴복하기로 선택할 때만 효과적이다.

우리는 굴복하지 않기로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