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겨울’을 버틴 국내 주요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각 회사의 간판급 아이돌들이 일제히 ‘벚꽃 컴백’을 앞두고 있어서다. 이참에 주 소비자층의 변화도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핵심 팬층인 ‘코어 팬덤’에 의존하는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음원을 가볍게 소비하는 팬층인 ‘라이트 팬덤’을 주요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사업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증시에서 엔터주 투자 심리도 살아나고 있다.

중국 앨범 수출 99% 줄어

'中=필승' 공식은 옛말…엔터 빅4, 美·日로 눈돌린다
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엔터 4개사(하이브·SM엔터테인먼트·JYP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의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11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시장의 앨범 판매량 감소가 심상치 않다. KB증권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달 잠정 앨범 수출액 중 대(對)중국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3% 줄었다. 지난 2월 중국 앨범 수출액은 1년 전보다 9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K팝 산업을 지탱해온 중국 코어 팬덤의 흔들림은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됐다는 평가다. 중국의 연예산업 통제 정책인 정풍 운동의 영향이 컸다. 디지털 음원 구매를 1인당 하나씩으로 제한하고, 팬클럽 모금 행위를 금지한 것이 실물 음반 실적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따이궁’(보따리상)을 통한 음반 공동구매도 위축됐다. 작년 11월 에스파 미니앨범 초동 판매량이 113만 장으로 전작 대비 33% 감소한 것은 중국 팬 이탈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라이트 팬덤’과 일본·북미 시장 공략으로 위기 탈출을 모색하고 있다. 하이브는 이미 작년 음원 매출 2980억원 중 86%를 북미, 일본 등에서 거뒀다. 2분기에도 뉴진스,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세븐틴 등 대형 아이돌들이 컴백한다. 상당수가 미국과 일본 투어에 나설 예정이다.

JYP엔터는 작년 일본 음반 판매량이 299만 장을 넘겨 최근 5년 내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는 연간 콘서트 모객(190만 명)의 62%를 일본에서 모은다는 목표다. SM엔터도 NCT드림이 첫 일본 돔 투어에 나서는 등 일본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급 신인’까지…2분기 실적 2배↑

대형 신인에 대한 기대감도 엔터주 투자심리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1일 데뷔한 YG엔터의 신인 걸그룹 베이비몬스터는 데뷔 첫 주에 음반 판매량이 40만 장을 넘겼다. 싱글 앨범을 제외하면 국내 걸그룹 기준으로 역대 최대 기록이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앨범의 절반 이상이 중국과 일본에서 팔렸다”며 “블랙핑크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했다. 1월 북미 시장에 ‘비춰(VCHA)’를 데뷔시킨 JYP엔터는 2분기 일본에서 보이그룹 ‘넥스지(NEXZ)’를 선보인다.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탄생한 만큼 이미 팬덤과 구매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올 들어 평균 24.57%까지 하락한 엔터 4사 주가는 최근 바닥을 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한 달간 하이브는 6.65%, SM엔터는 2.77% 올랐다. 증권업계에선 하이브가 2분기에 927억원, YG엔터는 189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 분기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