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심장학회(ACC) 최신임상연구 발표 현장. 세계 심장의학 전문가 2000여 명이 참석한 행사장 연단에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석좌교수가 올랐다.

이 자리에서 그는 혈관이 갑자기 터질 위험이 큰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에게 약물과 스텐트 시술을 동시에 하는 게 생존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같은 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의과학자가 인용하는 국제학술지 랜싯에도 결과가 실렸다.

박 교수팀은 지난해 11월부터 행사 참여를 준비했다.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 탓에 일정 취소까지 고려했지만 학회의 거듭된 요청으로 참석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 결과가 그만큼 의미 있다는 뜻이다.

이번 연구는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에게 약물 투여와 스텐트 시술을 동시에 하는 게 낫다는 과학적 결과를 세계 처음으로 확인했다. 세계 동맥경화 환자의 치료 지침을 바꿀 것이란 평가다.

동맥경화는 심장혈관 안쪽에 지방 등이 쌓여 좁아지는 질환이다. 심하면 파열돼 심근경색, 돌연사로 이어진다.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는 혈관 막 두께가 얇고 지방 성분 등이 쉽게 쌓인다. 급사 위험도 높다.

그동안 취약성 동맥경화로 진단되면 스타틴 등 약물만 투여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급성 심근경색 발생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연구팀은 한국 일본 등 4개국 15개 의료기관 환자 1606명을 약물 치료 그룹과 약물 치료+스텐트 시술 그룹으로 나눠 최대 7.9년간 치료 결과를 분석했다. 약물 치료만 받은 환자는 2년 뒤 숨지거나 급성 심근경색 등이 발병한 비율이 3.4%였다. 스텐트 시술까지 받은 환자(0.4%)보다 8.5배 높았다.

연구에 참여한 박덕우 교수는 “2014년 시작해 10년 되는 해에 결과를 발표하게 됐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