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현금 많으면 ROE만 낮아져…돈 쌓지 말고 설비·인재·투자에 써야"
“기업이 여분의 현금을 가지고 있으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낮아집니다. 현금을 설비, 인재, 포트폴리오 투자로 돌려야 합니다.”

이와나가 모리유키 도쿄증권거래소 사장(사진)은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건전한 ROE 실현을 위해선 현금을 보유하는 대신 투자에 써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주가순자산비율(PBR) 개혁’ 등 파격적인 조치로 닛케이지수가 지난달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한국 금융당국은 도쿄증권거래소의 개혁 정책을 벤치마킹해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을 짜고 있다.

이와나가 사장은 일본 상장기업들에 지배구조를 개선할 것을 20년 전부터 강력하게 촉구해왔다고 했다. 건전한 의사 결정을 위한 거버넌스를 구축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이는 2015년 기업지배구조 코드 도입으로 이어졌다.

PBR 개혁은 2022년 도쿄증시를 대기업 중심의 프라임 등 세 가지 시장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한다. 프라임 상장사 중 절반에 가까운 회사가 PBR 1을 밑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개선책을 촉구하게 된 것이다. 이와나가 사장은 “1년가량 지난 현재 프라임 상장사의 60% 정도가 ‘주가를 의식한 경영’에 나섰다”고 소개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그동안 일본 기업은 결산 발표를 담당 임원이 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사장이 직접 발표하기 시작했다”며 “PBR 1 미만인 회사가 ROE 목표를 높여 잡고 이를 위해 새로운 경영계획을 발표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주가 부양은 기업이 실적을 올리는 것밖에 없다는 게 이와나가 사장의 생각이다. 상당수 일본 기업이 사상 최고 수준의 실적을 내는 데 대해선 “오랜 기간 지배구조 개선과 미래 성장을 위해 노력해온 결과”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 제대로 성장하도록 행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도쿄증권거래소의 임무라고 설명한다.

이와나가 사장은 기업이 너무 많은 사업을 펼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러 가지 사업을 하는 회사들이 있는데, 정말 다 할 필요가 있느냐 따져봐야 한다”며 “필요 없는 것은 팔고, 필요한 것은 다른 회사에서 사들여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력하지 않는 기업에 상장폐지 등 제재를 가하는 것에 대해선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런저런 것을 하지 않을 경우 상장폐지한다는 식으로 몰아붙이면 회사는 그 요건만 충족하기 위한 형식적인 대응으로 끝낼 가능성이 높아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주주행동주의는 포용적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다양한 유형의 투자자가 있는 것이 주식시장이고, 좋은 제안을 하는 투자자도 있다”며 “투자자는 무료 컨설턴트”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선 “기업 경영자의 마인드를 어떻게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지가 핵심”이라며 “당장 효과가 나타나는 특효약은 없다.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