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미술시장은 보릿고개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적으로 경기 하강 국면이 이어지며 미술시장도 덩달아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미술계에 따르면 전날 막을 내린 ‘2024 화랑미술제’는 비관론이 지배하던 시장의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냈다는 평가다.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서울 코엑스 C·D홀에서 열린 화랑미술제에는 닷새간 5만8000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40년 넘는 화랑미술제 역사상 최다 관람객을 기록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다.

화랑협회 관계자는 “화랑미술제의 오랜 전통과 상반기 첫 대형 아트페어로서 문화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관람객 수치”라고 했다.

VIP 프리뷰가 열린 행사 첫날에만 전년 개막일보다 5% 증가한 4700여 명이 다녀갔다. 첫날 오프닝 시간인 오후 3시가 되기 전부터 인파가 몰리며 긴 관람객 대기 줄이 형성됐다. 통상 아트페어의 흥행은 실구매 의사가 높은 컬렉터들이 주로 다녀가는 첫날 VIP 프리뷰에서 판가름 난다는 점에서 개막 직전까지 반신반의하던 화랑들 사이에 실적 기대가 높아진 이유다.

높은 관람 열기는 실적으로도 이어졌다. 초반부터 컬렉터들이 몰리며 마수걸이에 성공하는 화랑의 모습도 더러 눈에 띄었다. 학고재갤러리가 개막 30분 만에 김은정 작가의 ‘구름 산 파도’ 등 회화 석 점을 판매하는 등 주요 화랑마다 작품 옆에 판매가 완료됐음을 알리는 빨간 스티커가 붙었다.

국제갤러리는 첫날에만 하종현의 판화를 비롯해 김윤신 작가의 ‘합이합일 분이분일’ ‘기억의 조각들’ 등 15점 이상을 팔았고, 이후에도 칸디다 회퍼, 장미셸 오토니엘, 강서경, 김홍석, 이광호 등 화단에서 주목받는 작가들의 작품을 대거 팔았다. 갤러리BHAK의 순재, 갤러리가이아의 심봉민, 갤러리조은의 성연화, 갤러리우의 한충석, 1980~1990년대생 젊은 작가들의 작품도 많이 판매됐다.

유승목 기자 moki912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