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용액 적신 거즈로 조작 영상 찍고 인터뷰해 지상파서 보도
'동물병원이 피 토하는 강아지 방치' 허위제보했다 실형
성희롱 피해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불만을 품고 언론사에 조작된 영상을 제보한 20대 동물병원 전 직원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허위 제보는 실제 보도로 이어졌고, 해당 동물병원은 문을 닫았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장수진 판사는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A씨는 일하던 동물병원에 입원 중인 반려견이 피를 토하는 증세를 보이는 것처럼 조작해 촬영한 영상을 한 방송사에 제보해 동물병원의 명예를 훼손하고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2021년 7월 7일 새벽께 붉은색 액체가 묻은 거즈를 당직 수의사에게 보여주며 '(강아지가) 혈토를 한다.

이번이 네 번째'라고 말하지만 수의사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는 듯한 영상을 찍었다.

하지만 이 액체는 강아지의 피가 아닌 붉은색 포비돈 용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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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틀 후 이 영상을 방송사 기자에게 제보하며 "네 번째 혈토를 했을 때 (수의사에게) 말해줬는데 '그럴 거다' 하면서 다시 자는 거예요"라고 인터뷰했다.

결국 이 영상과 인터뷰는 해당 동물병원에 대한 비판적인 논조의 보도에 그대로 담겼다.

조사 결과 A씨는 또다른 당직 수의사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징계를 요구했으나, 병원 측이 노무사를 고용해 실태조사를 한 데 그치자 불만을 품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 검찰은 A씨를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지만, 법원은 정식 재판 절차에 회부했고 실형 선고로 이어졌다.

재판부는 "조작된 소품을 이용해 촬영된 동영상과 인터뷰가 결합된 방식으로 허위 사실을 적시해 그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하다"며 "지상파 방송 뉴스에 보도돼 파급력과 전파 가능성이 매우 컸고, 범행 후 동물병원이 폐업하는 등 심각한 피해가 야기됐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피해자가 수령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1천만원을 형사 공탁하는 등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 이 사건 범행에 의해 모든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