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의 '편법대출 논란'에 발빠르게 나서 중간 결론을 내린 걸 두고 '관권선거'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이복현 금감원장이 "보름달이 둥근 게 손가락 탓이라는 말"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이 원장은 5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민생침해 금융범죄 대응·협력 강화를 위한 통신·금융부문간 업무협약식'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전날 양 후보의 편법대출에 대한 중간검사 결과를 발표한 배경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오늘 행사의 성격과 안 맞지만 설명을 드릴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에 말씀을 드린다"며 "'불법 부동산 투기'라는 상태가 있는데 관찰자인 금감원이 그걸 관찰했기 때문에 불법 부동산 투기가 문제됐다는 식으로 관찰자를 비난하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날 금감원과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양 후보의 편법대출 논란에 대해 "위법·부당한 대출"이라고 잠정 결론 내리고 문제의 사업자 대출을 받은 양 후보의 딸과 대출모집인 등 관계자들의 사문서위조 등 혐의를 수사기관에 통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금감원과 새마을금고중앙회가 공동검사에 나선지 이틀 만에, 특히 사전투표일을 하루 앞두고 급박하게 중간 결론부터 발표한 것을 두고 야권에서는 "노골적이고 뻔뻔한 관권선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금감원이 야당 후보 검증 사안에서 이례적으로 빠르게 검사를 진행했다는 지적에 대해 이 원장은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의 경우 19조원 규모에다 수십만건이고 이해관계자도 몇만명인데 1개월 안에 핵심 사실관계를 추출한 전문적 경험이 있다"며 "(양 후보 사건을 놓고 보면) 그렇게까지 짧은 기간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 사안은 드러나는 불법성의 모습이 큰 반면에 기초적 사실관계는 기술적으로 볼 때 2~3일 정도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봤다"며 "증빙된 자료 자체가 상식적으로 볼 때 도저히 말이 안되는 것들로 뻔했다"고 설명했다.

또 해당 대출을 실행한 대구 수성새마을금고의 경우 자산규모가 1200억원, 여신 규모가 700억원 수준인데 그 중 200억원 규모인 사업자대출에 대해서도 이번 검사에서 모두 들여다봤다고 부연했다. 그 결과 절반이 훨씬 넘는 경우에서 작업대출 내지는 불법 부동산 투기용 대출이라는 판단을 했다고 덧붙였다.

최종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중간발표를 한 것이 사전투표일을 고려한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 일정은 고려하지 않았다. 최대한 신속하게 검사해서 빨리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이었다"며 "앞서 경남은행 횡령 사건이나 불법 해외 송금 사건 등에 대해서도 다 바로 검사를 내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이) 단 한 번이라도 시간을 지체하고 검사를 안 내보낸 적이 있나"라며 "만약 제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면 (양문석 건에 대해서는) 지난주에 검사를 내보내 3~4일 정도 빨리 결론을 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종 검사결과가 나오게 될 시점에 대해서는 "새마을금고중앙회를 비롯해 수사기관에 이첩 내지 통보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관과도 입장을 조율해야 하기 때문에 명확히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현재까지 조사된 양 후보 대출 의혹과 관련해 혐의자를 특정하지 않고 전체 사건 내용을 넘기는 방식으로 이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