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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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기간 임금피크제 대상자에게 재택근무를 지시하다 소송에 휘말린 사례가 나와 주목된다. 직원이 재택근무 지시를 회사의 일방적 결정에 의한 '부당전직'이라고 반발하면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박정대)는 최근 이 같은 직원의 소송에 대해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전직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A사가 2022년 7월 직접 고객을 찾아가 보험금 신청 업무를 처리하던 직원 B씨에게 새로운 직무를 부여하고 재택근무를 명령한 게 발단이 됐다. 해당 직무 업무량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고 코로나19 영향이 겹친 만큼 B씨가 집에서 보험금 팩스 신청 전담 업무를 수행하도록 지시한 것이었다.

B씨는 반발했다. "직원들마다 집안 사정이 달라 재택근무로 생활상 불이익이 커질 수 있는데도 선택권을 주지 않은 채 회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사실상 임피제 대상자들만 차별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주장도 펼쳤다.

A사는 임피제 대상자들에게 보험금 신청 및 접수 관련 업무를 맡겨왔다. 그러다 임금피크제 대상자가 계속 증가하자 조직·직무 개편 과정에서 이들에게 재택근무를 명령했다.

재택근무 대상자가 된 B씨를 포함한 직원 14명은 "재택근무 지침은 부당전직"이라며 입장문을 냈다. A사는 수차례 PC 등 업무 장비를 수령 후 재택근무에 임할 것을 명령했지만 이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A사는 임시 사무공간을 제공하고 B씨 등이 이곳으로 출근하는 선에서 일단락했다.

B씨 생각은 달랐다. 그는 여전히 회사가 재택근무 명령을 철회하지 않았다고 보고 노동위원회에 부당전직 구제 신청을 제기했다. 초심을 맡은 지방노동위와 재심을 담당한 중노위 모두 재택근무 명령이 B씨 주장대로 "부당전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사는 결과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B씨가 구제받을 이익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중노위는 "임시 사무공간을 제공한 사실만으로 재택근무 명령을 취소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중노위는 재택근무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생활상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노위는 "재택근무로 집과 거실을 사무실로 사용한다면 가족들은 행동의 제약과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고 사생활이 심각하게 방해된다"며 "재택근무 중 스트레스나 기분이 실시간으로 가족에게 전달돼 서로 눈치를 보는 불안한 동거생활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A사는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법원으로 향했고, 법원은 A사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사가) 사무공간을 제공하는 후속 조치로 B씨의 목적이 달성됐다"고 선을 그었다. 공식적으로 재택근무 명령을 취소하진 않았지만 사무실로 출근하도록 한 이상 앞선 지시는 취소됐다고 봐야 하고, 따라서 B씨는 더 이상 구제받을 내용이 없다는 취지다.

B씨가 항소하지 않으면서 최근 1심 판결 그대로 확정됐다.

고령화에 따라 임피제 대상자가 증가하면서 유사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이 임피제 대상자에게 새로운 직무를 부여하고 재택근무를 지시하는 경우, A사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법원은 재택근무 명령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만약 업무상 필요성이 부정되고 생활상 불이익이 인정됐다면 임피제 인사 관리 영역에서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곽민지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법원이 재택근무 명령 자체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고 B씨가 구제받을 이익이 없다고 판단한 사건"이라면서도 "(이번 법원 판결로) 리스크가 줄었다고 볼 수도 있다"고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