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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휩쓴 멕시칸 체인 '치폴레'…DT·디지털 전략으로 성장세 지속할까 [글로벌 종목탐구]
글로벌 종목 집중탐구

보통주 1대50 분할 승인 소식에…5% 급등
드라이브 스루 매장 확대로 영업이익 늘릴까
치폴레 /=AP연합뉴스
치폴레 /=AP연합뉴스
미국 멕시칸 패스트푸드 체인 치폴레 멕시칸 그릴(이하 치폴레) 주가가 2006년 기업공개(IPO) 이후 역대 최고수준이다. 이 회사 주가는 11일 종가 기준 2990.69달러를 기록하며 지난 12개월 동안 76.36% 급등했다. 같은 기간 27.06% 오른 S&P500지수보다도 가파르게 올랐다. 꾸준한 성장세와 보통주 분할 계획이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치폴레는 유기농 원료를 사용하고 프리미엄 전략을 채택해 소비자 충성도를 높였다. 인플레이션과 임금 인상 영향으로 메뉴 가격을 2년 사이 네 차례나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성장했던 비결이다. 최근에는 북미 지역에 이어 해외 진출 계획 및 디지털 서비스 도입 계획을 밝히며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역사상 최초의 1대50 주식 분할 승인에주가 5% 급등

치폴레멕시칸그릴 최근 1년 주가
치폴레멕시칸그릴 최근 1년 주가
치폴레는 지난달 19일 이사회가 보통주 1대 50 분할 계획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발표 다음날 주가는 장중 전일 종가 대비 8.09% 급등해 3023.98달러(약 409만원)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주식을 분할하면 주당 가격이 낮아져 투자 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가 반영된 영향이다. 잭 하퉁 치폴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치폴레 30년 역사상 최초로 주식 분할을 진행한다"며 "직원은 물론 더 광범위한 투자자가 우리 주식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주식의 가치는 변하지 않지만 주당 가격은 낮아져 투자에 대한 심리적인 장벽이 낮아질 수 있어서다. 주주들이 오는 6월 연례 주주총회에서 주식 분할 계획을 승인한다면 현재 2850달러(약 385만원)에 육박하는 주식은 주당 56달러(약 7만7000원)에 거래될 전망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치폴레가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보통주 분할로 확보한 자금을 재투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기준 치폴레 매출은 14.3%, 주당순이익은 38.4% 늘었다. 동일 매장 매출(12개월 이상 영업한 매장의 매출을 전년 동기와 비교한 수치)은 7.9% 증가했다. 분기별 실적도 좋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률은 14.4%로 전년 동기 대비 1.2%포인트 올랐다. 이 기간동안 동일 매장 매출은 8.4%, 총 매출은 25억달러(약 3조38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5.4% 늘었다. 치폴레는 "4분기 동안 121개에 달하는 신규 매장을 개점한 덕분에 매출 증진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문을 연 신규 매장 271곳 중 44%가 4분기에 문을 열었을 정도다.

브라이언 니콜 치폴레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추후 북미 지역에서 70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겠다"는 목표도 밝힌 바 있다. 이어 "각 매장당 연매출을 400만달러(약 원)이상 달성하겠다"고도 덧붙였다. 현재 치폴레는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에 매장 3400여개를 운영하고 있다. 북미와 유럽 지역 뿐만 아니라 중동 지역까지도 매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전략으로 성장세 이어갈까

치폴레는 드라이브 스루(DT) 매장을 확대하고 로봇을 도입하는 등 디지털 전략을 채택해 영업이익율을 높일 전망이다. 치폴레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무료 배달 이벤트를 진행하고 매장에 온라인 전용 픽업대를 마련하는 등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했다. 2019년 20.5%였던 가맹점 영업이익률을 지난해 기준 26.2%까지 끌어올린 비결이다. 5년 연속 영업이익률이 늘며 경쟁 업체인 타코벨(23.6%)을 제치고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치폴레멕시칸그릴 종목프로필
치폴레멕시칸그릴 종목프로필
치폴레는 DT 서비스인 '치폴레인'을 지난해 신규 개점한 매장 중 약 87%에 도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치폴레인이 도입된 가맹점은 일반 가맹점 대비 매출이 평균 15% 높다. 지난해 10월에 치폴레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로봇 시험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영상에서 로봇은 인간 직원이 입력한 부리토볼 주문에 따라 빈 그릇에 재료를 담아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치폴레 측은 "디지털 서비스로 접수받는 주문의 65%가 부리토 볼이나 샐러드"라며 "로봇을 도입한다면 인간 직원이 고객 경험에 집중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번스타인은 지난달 치폴레 목표주가를 2800달러에서 32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번스타인은 올해 주요 매출 지표인 치폴레의 동일매장 매출 성장률이 7%를 기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세계 최대 규모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가 올해 초 제시한 3~4%를 웃도는 수치다.

치폴레 주가가 실적에 비해 고평가됐다는 의견도 있다. 치폴레의 주가수익비율(PER)은 66.88에 이를 정도로 높다. 이미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이치뱅크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 소비 심리 둥화 등을 위험 요인으로 짚었다. 이달 24일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치폴레가 시장의 기대에 부합하는 성적을 내놓을 수 있을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