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 나토 본부서 기념식…12→32개국으로 몸집 3배 커져
우크라전 장기화에 단일대오 '흔들'…트럼프 재집권시 대서양 동맹 위기
나토, '신냉전 회귀' 속 75주년…"가장 강력 동맹" 자축
냉전 시대 공산권의 팽창에 맞서 결성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념식을 열고 창설 75주년을 자축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나토 외교장관회의 계기로 열린 기념행사에서 "우리는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지속적이며 성공적 동맹"이라고 자축했다.

이어 "우리는 여러 세대에 걸쳐 집단방위 체제를 최대 규모로 키웠다"며 "두 차례의 세계 대전과 냉전 시대, 그리고 이후 직면한 모든 도전의 순간에서 우리가 서로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기념식에선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과 하자 라비브 벨기에 외무장관이 대표로 나토 문장이 그려진 축하 케이크를 잘랐다.

서방의 집단 안보 기구인 나토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중심의 서방 민주주의 진영과 소련을 위시한 공산권이 군사·이념적으로 대치한 냉전 시대에 탄생했다.

당시 소련의 팽창을 우려한 미국, 캐나다와 서유럽 국가 등 총 12개국이 1949년 4월 4일 미 워싱턴 DC에서 '워싱턴 조약'으로 불리는 북대서양조약에 서명하면서 출범했다.

이들은 '동맹국 일방에 대한 무력 공격을 전체 동맹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 필요시 무력 사용을 포함한 원조를 제공한다'는 제5조에 기반해 전례 없는 집단방위 체제를 구축했다.

1991년 소련 해체 후 냉전이 종식되고 대적할 상대가 없어지자 폴란드, 체코, 헝가리를 시작으로 동구권을 품으며 본격적으로 '동진'하기 시작했다.

2020년 북마케도니아까지 회원국이 30개로 늘었다.

이 과정에서 창설 이후 약 70년간 유럽에서 정작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고 공산 진영의 자멸로 존립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과거 냉전 시대의 형세로 회귀하면서 나토가 러시아와 맞서는 서방 진영의 군사 동맹으로서 다시 전면에 등장했다.

미국을 주축으로 한 나토 회원국은 전쟁에 직접 관여하진 않으면서도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의 구심점이 됐다.

근접 거리에서 터진 전쟁으로 안보 불안이 커진 북유럽의 핀란드와 스웨덴이 오랜 군사중립 노선을 폐기하고 나토에 합류하면서 32개국으로 늘어 창설 75년 만에 몸집을 세 배 가까이 불렸다.

그러나 커진 몸집만큼이나 크고 작은 잡음이 터져 나왔다.

핀란드·스웨덴의 가입 과정에서 친러시아 성향 회원국 튀르키예와 헝가리가 절차마다 제동을 걸면서 균열이 노출됐다.

전쟁 장기화로 우크라이나 지원 동력도 전쟁 초기만 못하다.

3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열린 나토 외교장관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다년간 군사 지원금에 대한 논의에 새롭게 착수했으나 헝가리가 시작부터 반대해 합의 도출에 난관이 예상된다.

11월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한다면 대서양 동맹은 내홍으로 전쟁 속에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과거 재임 시절 나토 탈퇴를 위협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에도 유럽 회원국들의 방위비 지출이 불충분하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나토의 방위비 지출 목표치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2%' 기준을 이행하고 있는 회원국은 올해 기준 3분의 2에 그쳐 대선 결과에 따라 이 문제가 다시 한번 불거질 수 있다.

미 대선을 앞두고 나토 수장이 교체되는 것도 불안 요소다.

10년간 나토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거 평가받는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올해 10월 사임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차기 사무총장 후보는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 등 둘이다.

차기 사무총장은 내부로는 트럼프 재집권에 대비하는 동시에 압도적인 지지로 5선에 성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맞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견고한 지원을 유지해야 하는 중대 과제를 떠안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