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혁 정신나간 망언에 분개"…이대 총동창회 대규모 집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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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생 미군 장교 성 상납' 발언
김준혁 민주당 후보 '사퇴 촉구' 집회
김준혁 민주당 후보 '사퇴 촉구' 집회

4일 오후 5시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이화여대생 미군 장교 성 상납'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후보(경기 수원정)의 '망언'을 규탄하는 대규모 항의 집회가 열렸다. 이날 대강당에는 이대 총동창회, 정치외교학과 동창회 등 단체 단위를 비롯해 졸업생 등 700여명이 모였다.
'자발적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김 후보가 자신의 발언과 태도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하고 후보직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했다. '역사 폄하 이화 폄하 김준혁 당장 사퇴하라', '정신없는 비하 망언 모든 여성 분개한다' 등 슬로건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사퇴하라", "이화의 역사를 폄하하지 말라", "여성과 사회에 대한 왜곡된 역사를 가진 김준혁 후보를 규탄한다"고 크게 말했다.
이명경 이화여대 총동창회장은 "우리는 대한민국 한 국회의원 후보자의 망언을 비판하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정치행사인 국회의원 선거에 앞서 무슨 해괴망측한 발언이냐"며 "1886년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시대에, 이화는 여성 교육의 횃불을 환히 올렸다. 여성의 인간화와 여성 전문인 양성을 통해 한국 사회 발전에 공헌해 왔고, 한국 사회 공동선과 공익을 촉진해왔다"고 했다.
그는 "김 후보는 이런 이화의 역사를 깎아내렸을 뿐 아니라 재학생과 동창 모두에게 극심한 모욕을 주었다. 김 후보가 성평등을 지향하는 대한민국 정치인으로서 자신이 없음을 인정하는 명백한 증거"라며 "국민 분열을 조장하는 김 후보는 대한민국의 정치를 퇴행시키고 있다. 부끄럽고 참담하다. 이화 동창은 김 후보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강력히 요구하며, 사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을 향해서는 "이화를 정치 도구로 삼는 것을 멈춰달라. 이대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대학으로서 여성 인권과 교육이 중심에 있었다. 학내 구성원들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함께 변화하기를 원했다"며 "김 후보자의 발언은 이화의 역사를 무시하는 발언이다. 모든 국민을 대변해야 하는 정치인이라면 자신의 발언에 대한 영향력을 스스로 고려해야 한다. 부적절한 발언으로 모욕감을 느끼는 대상이 있어선 안 된다"고 했다.
앞서 김 후보는 2022년 8월 유튜브 채널 '김용민TV'에 출연해 "종군 위안부를 보내는 그런 것에 큰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김활란(이화여대 초대 총장)"이라며 "미군정 시기에 이화여대 학생들을 미군 장교들에게 성 상납시키고 그랬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정치권에서도 김 후보의 발언을 향한 맹비난을 이어갔다. 이대 총동창회와 각종 여성단체 등이 반발하자, 김 후보는 논문을 근거로 '김활란이 성 접대를 주도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해당 논문에는 '성 상납'은 물론이고 '성 접대를 주도했다'는 표현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고발인인 이화여대 출신 김정재 의원은 이날 집회에 앞서 한경닷컴에 "여성 비하를 넘어서 무지한 역사 인식과 저급한 성인지 수준을 드러낸 것"이라며 "김 후보가 지금 반성 없이 거들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정신이 나간듯하다. 동문 입장에서는 직접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문이 항의 집회에 나선 것과 관련해서는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다"며 "선거 기간 일정으로 인해 현장에 함께하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오가며 집회를 둘러본 이대생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놨다. 이화여대 졸업생 정모 씨는 "이러한 여대를 대상으로 한 근거 없는 모욕적인 발언을 아무런 조심성 없이 내뱉고도 불안함이나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평소 김준혁 후보의 여대에 대한 인식과 더 나아가 여성 대학생, '여성'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 보여주는 듯하다"고 말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