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6년에서 5년으로…"주택시장 교란 중대범죄지만 초범·공탁 등 고려"
부산 64억원 전세사기 '바지사장' 공동정범 인정됐지만 2심 감형
사업자 명의를 빌려줘 부산 오피스텔 6곳의 세입자 62명으로부터 보증금 62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부산지법 형사2-2부는 4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뒤 양형부당과 사실오인을 이유로 검찰이 항소해 2심 재판을 받아왔다.

1심은 검찰이 주장한 이씨와 주범 서모씨의 사기 공동정범 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이씨가 서씨에게 명의를 빌려준 부분에 초점을 맞춰 사기 방조 혐의를 직권으로 적용했다.

하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이씨가 직접 오피스텔 소유권이나 대출 서류를 작성하거나 인감증명을 발급받은 건 범행에 중요한 부분으로 단순한 명의대여로 볼 수 없다"며 "가명을 사용하거나 임대차 과정에서 주인인 것처럼 행세한 것도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이씨는 주범 서씨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임대사업을 운영할 것으로 인식했지만 보증금을 반환할 재산 상태나 능력도 확인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렵다고 예상하는 등 범행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심 재판부는 이씨가 대가로 서씨로부터 규칙적으로 돈을 받아 총 6천∼7천만원을 지급받은 점, 서씨가 구속된 이후에도 돈 지급을 독촉하기도 하는 점 등을 미뤄보면 공동정범 관계가 인정된다고 말했다.

2심 재판부는 양형과 관련해서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의 전세 사기로 세입자 62명으로부터 64억원을 가로채 죄질이 매우 안 좋고 엄벌이 필요하다"면서도 "초범이고 범행을 서씨가 주도한 점, 범죄수익이 보증금 편취액에 비해 소액이고 피해자에게 50만원씩 총 3천100만원을 공탁한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재판을 방청한 전세 사기 피해자 일부는 재판부가 이씨를 사기 공동정범으로 인정해놓고도 1심보다 감형된 징역 5년을 선고하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주범 서씨는 현재 다른 사건에도 연루돼 수사받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