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내부 공지를 통해 "오늘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다"고 밝힌 4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목련이 핀 나무를 지나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내부 공지를 통해 "오늘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다"고 밝힌 4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목련이 핀 나무를 지나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만남을 공지하자 대다수의 전공의들이 '밀실 회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다수의 전공의와 협의 없이 진행되는 대화인만큼 대표성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4일 박 비대위원장은 내부 공지를 통해 "오늘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다"고 밝혔다. 그는 "현 사태는 대통령의 의지로 시작된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번 만남은 대통령이 나오는 것이라 4월 10일 총선 전에 한 번쯤 전공의 입장을 직접 전달하고 해결을 시도해 볼 가치는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대다수의 전공의들은 박 비대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만남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공의들의 의견 수렴없이 박 비대위원장 단독으로 내린 의사결정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직 전공의(인턴) 류옥하다 씨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비대위원장의 만남 성사는 ‘젊은의사(전공의, 의대생)’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박 비대위원장과 11인의 독단적인 밀실 결정임을 알린다"고 비판했다.

류옥 씨는 "젊은의사(전공의, 의대생)들은 ‘기습 합의’라는 2020년의 아픈 기억을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다"며 "총선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의 만남은 자연스럽게 그 저의를 의심하게 한다"고도 했다.

박 비대위원장이 더 이상 전공의들의 대표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대전협 회칙에 따르면 '수련 중인 전공의'를 회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다수의 전공의가 수련을 포기하고 병원을 떠난 만큼 더 이상 대전협 회원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 수도권 대학의 전공의는 "전공의들 사이에서 공식적으로 의견을 모으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도 없이 갑자기 이런 일이 생기니 다들 황당하다는 분위기"라며 "게다가 박 비대위원장도 사직서를 냈기 때문에 전공의 대표자리에 있다고 보기 애매하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과 박 비대위원장이 합의점을 찾더라도, 전공의들의 복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박 비대위원장은 논란이 일자 추가 공지를 통해 "오늘 변하는 것은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의 2000명 의대 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패키지 정책 백지화 없이는 어떤 합의도 내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의 자리는 행정부 최고 수장을 만나 지난 2월 20일에 작성한 전공의 요구안을 직접 전달하는 것에 의의를 두는 만남"이라며 "요구안 수용이 불가하다면 그냥 저희쪽에선 '대화에는 응했지만 여전히 접점은 찾을 수 없었다' 정도로 대응 후 원래 하던대로 다시 누우면 끝"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