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고운세상코스메틱 대표가 3일 '채널콘2024'에 연사로 참여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세린 기자
이주호 고운세상코스메틱 대표가 3일 '채널콘2024'에 연사로 참여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세린 기자
"회사 직원들 모두 각자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일해요. '우리는 사람들이 세상에 나가서 싸울 수 있는 용기를 주는 회사야'라는 마음을 가지고 임했기 때문에 이 자리까지 온 게 아닐까요."

'군 PX 대표 화장품'이라 불리는 '달팽이 크림' 성공 신화를 쓴 고운세상코스메틱의 이주호 대표(사진)는 3일 서울 강남 그랜드 인터콘티넨털 코엑스에서 열린 '채널콘2024'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나는 직원들에게 '우리는 화장품 회사가 아니라 피부 고민을 해결해 사람들이 세상에 나갈 수 있게 만드는 곳'이라고 말한다"며 "전 직원은 창업주이자 피부과 전문의인 안건영 박사가 집필한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해야 한다. 그 이유는 우리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왜 이 회사에 다니고 있는지를 스스로 끊임없이 되물을 수 있게끔 하기 위해서다"라고 했다.

33분기 연속 매출 성장 특별 비결은 '조직 문화'

코로나19, 경기침체 장기화,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 대내외적 변수로 뷰티업계가 유례없는 불황을 겪는 상황에도 때아닌 호황을 누린 기업이 있다. 33분기 연속 매출이 성장하며 뜨거운 성장세를 보여준 '고운세상코스메틱'이 그 주인공이다. 이 회사를 세상에 알린 건 더마코스메틱(피부 개선 화장품) 브랜드 '닥터지'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달팽이 크림'이라고 불리는 닥터지 '블랙 스네일 크림'은 "군 복무 중인 아들이 사 오면 '효도했다'는 말을 듣는 상품"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소비자들의 관심이 크다. 이 제품은 지난해 누적 판매 3000만개를 돌파했다.

이 대표가 고운세상코스메틱과 처음 연이 닿은 건 2007년 피부과에 방문하면서다. 그는 "당시 진료하는 의사를 보고 '어떻게 의사가 저렇게 따뜻할 수 있지? 싶었다'"며 환자와 공감하는 모습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특히 이 대표는 해당 의료진이 피부과를 개원할 때부터 병원 방문객들을 '환자'가 아닌 '고객'으로 불렀다는 것을 높이 평가했다며 "피부에 문제가 있는 환자가 아니라 '내가 도와줘야 하는 고객'으로 생각한 것"이라고 했다. 이를 토대로 고운세상코스메틱은 '누구나 건강한 피부로 행복해질 권리가 있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이 대표는 이런 회사의 '제1 성공비결'로 조직문화를 꼽았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은 고용노동부와 노사발전재단이 주관하는 '2023 근무 혁신 우수기업' 및 '2023년 경기가족친화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회사가 올리브영 등 대표적인 로드 뷰티숍에 처음 입점했을 때만 해도, 인지도 부족 등의 이유로 난관에 봉착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도운 것도 직원들의 자발적 노력 덕분이었다. 이 대표는 "2018년 올리브영 매장 점장들이 브랜드를 잘 몰랐을 당시, 직원들이 일요일에 2인 1조로 전국 올리브영 442개 매장에 '직납'을 했다"며 그런 직원들의 노력 덕분에 첫 올리브영 행사에서 매출 29억을 기록했다고 귀띔했다.
'달팽이크림'으로 불리며 군PX에서 큰 인기를 누린 닥터지 제품. /사진=닥터지
'달팽이크림'으로 불리며 군PX에서 큰 인기를 누린 닥터지 제품. /사진=닥터지
특히 군대 PX에서 큰 인기를 이뤄낸 것도 직원들이 이 대표의 결정을 믿어준 공이 컸다는 후문이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직원들이 PX에 상품이 들어가면 싸구려 브랜드로 전락한다고 반대했었다"면서도 "그런데도 '일단 들어가 보자'라는 마음으로 최대 20억정도 생각하고 들어갔다. 운이 좋았고 초심자의 행운이라고 본다. 지금 같았으면 이런 의사결정을 못 했을 텐데, 나의 결정이 옳은 결정이 될 수 있게 해준 건 우리 직원들 덕분이다. 내가 아무리 탁월한 결정을 해도 그게 실행이 안 됐으면 지금의 회사는 없었을 거다"라고 했다.

이런 모습도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었다. 이 대표는 "지난해 개그우먼 홍현희 씨가 진행하는 '네고왕'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5일 행사 기간에 주문이 100만건이 들어왔다"며 "온라인영업팀만으로는 빠르게 고객들에게 배송하는 게 어려워 보였다. '열흘 안에 끝내자'는 생각으로 사내 메신저에 도움을 요청했고, 120명가량의 직원이 주말에 자발적으로 일에 참여해 100만건의 배송을 무사히 완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어떤 상황에 닥쳤을 때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모든 직원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합심하는 그런 모습이 10년간 한해도 거르지 않고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본다"고 했다.

실제 고운세상코스메틱은 최근 6년간 연간 평균 성장률 47%를 기록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 2016년 201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22년 1971억 원으로 664.1% 크게 늘며 33분기 연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21억원에서 311억원으로 1409.2% 늘어 연평균 약 280% 성장했다. 이외에도 2018년부터 포춘 500대 기업이자 스위스 최대 유통기업인 미그로스(Migros) 그룹의 일원이 되기도 했다. 현재에는 중국과 홍콩, 싱가포르, 일본 등 전 세계 19개국에 진출해 K뷰티 브랜드로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회적 지위, 신분과 상관없이 누구나 건강한 피부로 살 수 있게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

이주호 고운세상코스메틱 대표는 2014년 고운세상코스메틱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합류해 2020년 부사장을 역임하며 기업의 성장을 이끌었다. 군납 시장 입점을 비롯한 여러 프로젝트를 완성하며 지난 10년간 회사 규모를 20배나 성장시켰다. 2016년에 201억원이던 매출액은 2022년 1971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코로나19 기간에도 호황을 누렸다. 이후 그해 고운세상코스메틱 제2대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독보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