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착맨이 네이버 치지직에서 시험 방송하는 모습. / 출처=치지직 화면갈무리
침착맨이 네이버 치지직에서 시험 방송하는 모습. / 출처=치지직 화면갈무리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트위치 국내 철수의 최대 수혜자는 네이버가 야심차게 내놓은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이었다. 트위치의 빈자리를 놓고 스트리머(인터넷 방송 진행자) 영입 경쟁을 벌여온 아프리카TV를 사용자 수에서 처음 추월하면서다.

2일 애플리케이션(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치지직 앱 사용자는 216만명으로 아프리카TV 앱 사용자(196만명)를 넘어섰다. 지난해 12월 베타 서비스를 내놓은 치지직은 3개월 만에 스트리밍 앱 사용자 1위에 올랐다. 출시 첫 달부터 앱 사용자 100만명을 넘었고 매월 증가세를 이어왔다. 이달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트위치가 철수하면서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는 네이버 치지직과 아프리카TV의 양강 구도가 됐다. 양측이 트위치 철수 발표 직후부터 스트리머 영입에 공을 들이면서 인기 스트리머들이 어느쪽으로 옮길지 관심사가 됐다.

‘침착맨’으로 잘 알려진 웹툰 작가 겸 유튜버 이말년이 트위치에서 치지직으로 넘어와 시험 방송을 하면서 주목받았다. 치지직은 한동숙(팔로워 26만명) 랄로(19만6000명) 풍월량(18만명) 괴물쥐(17만9000명) 서새봄(12만6000명) 릴카(12만5000명) 따효니(10만1000명) 등 유명 스트리머들을 파트너 스트리머로 영입했다.
치지직과 아프리카TV 앱의 월간 사용자 추이. / 출처=와이즈앱·리테일·굿즈 제공
치지직과 아프리카TV 앱의 월간 사용자 추이. / 출처=와이즈앱·리테일·굿즈 제공
치지직이 단기간에 급성장한 이유로는 고화질 화면에 끊김 없는 방송 송출로 사용자들 호평을 받은 게 꼽힌다. 치지직은 트위치의 720p 해상도를 뛰어넘는 1080p 풀HD급 화질을 제공하고 있다.

기존 트위치 스트리머와 시청자를 위한 구독 승계 프로그램, 스트리머 방송 권한 공개 등의 지원책도 내놨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올 2월 지난해 실적 발표 자리에서 치지직에 대해 순항 중이라고 자평하며 “이용자 피드백을 적극 수렴해 더 많은 스트리머들이 정착할 수 있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2015년 국내에 진출한 트위치는 유명 게임 방송 진행자들을 품으며 자리잡았다. 침착맨, 풍월량 같은 유명 유튜버도 라이브 방송은 트위치에서 하고 유튜브에는 ‘다시 보기’ 영상을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트위치는 망 사용료 문제를 이유로 지난해 12월 국내 시장 철수를 공식화한 뒤 올 2월 말 국내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2021년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내 사업자보다 인터넷망을 훨씬 많이 쓰는 해외 기업도 같은 기준으로 비용을 내야 공정경쟁이 될 수 있다”며 ‘망 사용료 역차별’ 문제를 제기한 것이 발단이 돼 치지직에겐 뜻밖의 나비 효과로 돌아온 셈이다.

치지직에게 사용자 수에서 밀렸지만 사용 시간(7.1억분)은 여전히 2배가량 많은 아프리카TV도 맞불을 놓는다. 지난달 29일 사명을 ‘숲’으로 바꿨고 조만간 태국 등 해외에도 스트리밍 플랫폼 ‘숲’ 베타 버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