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농가 일손 돕고 섬 인구 늘리고…"일석이조 사업"
[톡톡 지방자치] "인천 섬에서 일손 보태요"…품삯·보람↑
7년 전 오래 다니던 직장을 퇴직한 이규덕(68)씨는 지난해 가을 우연히 인터넷에서 '섬마을 도시농부'를 모집한다는 글을 봤다.

100여개 섬만으로 이뤄진 인천시 옹진군에서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5일까지 섬 농가에서 일할 도시농부를 뽑는다는 내용이었다.

퇴직 후 사진작가로 꾸준히 활동해온 이씨에겐 좋은 기회였다.

섬 자연환경을 즐기며 용돈벌이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이씨의 집도 인천 미추홀구여서 옹진군과도 멀지 않았다.

곧바로 도시농부에 지원한 이씨는 신도와 영흥도 농가 2곳에 배치돼 딸기 모종을 심거나 묘목을 제거하는 등의 작업에 투입됐다.

도시농부들에겐 별도의 숙박비도 지원되지만 이씨는 농가 일을 마친 뒤 자연 사진을 찍기 위해 텐트 캠핑을 자원하기도 했다.

이씨는 "집에서 일도 없이 노는 것보다 자연환경 좋은 섬에 가서 용돈벌이도 하고 여가도 즐길 수 있어 좋았다"며 "올해도 틈나는 대로 도시농부 사업에 지원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농가도 일꾼들을 쓰려면 품삯이 이만저만 비싼 게 아니라고 들었다"며 "별다른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일은 일당이 더 저렴한 도시농부들을 뽑아서 쓰는 게 좋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아닌가 싶다"고 웃었다.

정주 인구가 점점 줄고 있는 옹진군의 '옹진 섬마을 도시농부' 사업이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올해 기준 옹진군의 논밭과 과수원 면적은 총 2천919㏊로 여의도 면적의 6배가 넘는 규모다.

논의 60%는 백령도에 몰려 있고 나머지는 영흥도·북도·덕적도 등지에 흩어져 있다.

주요 밭농사 품목은 고추와 포도 등이다.

그러나 지난 2월 기준 옹진군 인구는 2만287명에 불과한 데다 이마저도 31% 이상은 노인 인구여서 고령화가 심각하다.

게다가 열악한 교통편과 인프라 부족이 겹치며 섬 일손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이 같은 난제를 타개하고자 지난해 처음 추진된 것이 도시농부 사업이다.

도시에 거주하는 유휴 인력들을 모집해 농부로 육성하고, 이들을 옹진군 농가에 보내 모자란 일손을 돕는 일석이조의 취지다.

옹진군은 만 20세 이상 70세 미만의 비농업인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사업 문턱을 낮췄다.

일거리도 포도나 고추 따기, 고구마 캐기 등 보다 쉬운 것들로 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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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로 선정되면 희망 지역이나 작목을 확인해 인력이 필요한 농가와 일대일로 연결해주고 사전 농업 교육도 진행한다.

이들은 교육 후 각 농가에 배치돼 하루 4시간씩 근무하고 하루 6만원의 근로 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다.

도시농부들이 섬을 오가고 농가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여객선 교통비, 숙식비, 단체상해보험 가입비는 별도로 지원된다.

사업에 참여하는 농가 역시 도시농부에게 줘야 하는 근로 수당의 70%를 옹진군으로부터 지원받는다.

농번기마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만큼 바쁜 섬 농가 입장에선 매우 저렴한 비용에 유휴 인력을 쓸 수 있는 기회다.

지난해에는 도시농부 27명이 뽑혀 농가에 배치됐고 올해는 지난 14일 기준 11명이 도시농부로 선정됐다.

연중 내내 참여 신청을 할 수 있어 올해 도시농부 수도 계속 더 늘어날 전망이다.

문경복 옹진군수는 "도시농부 사업으로 농촌의 고질적인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농촌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인구 3만명 달성을 위해 인구 유입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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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