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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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18년 12월을 끝으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마지막 무대’는 2015년 삼성과의 ‘빅딜’을 통해 한화 식구가 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옛 삼성테크윈)의 베트남 하노이 엔진부품 제조공장. 삼성의 방산업체를 품기 위해 8400억원(지분 32.4%)을 들인 자신의 결정이 옳았는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제조 경쟁력을 직접 점검해보기 위해서였다.

이후론 ‘잠행’이었다. 코로나19 유행도 있었고 계열사의 자율 경영을 최대한 보장해 간섭하지 않으려는 의도도 있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등 경영을 맡은 아들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뜻도 있었다. 서울 장교동 본사에 매주 한두 차례 출근하면서 인수합병(M&A) 등 중요한 결정을 챙겼지만, 공은 언제나 아들 몫으로 넘겼다.

이랬던 김 회장이 외부 활동을 재개했다. 한화그룹은 김 회장이 지난달 29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R&D 캠퍼스를 찾았다고 1일 밝혔다. 김 회장이 현장 경영에 나선 건 5년3개월 만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가운데)과 김동관 부회장이 지난달 29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R&D 캠퍼스를 방문해 직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한화그룹 제공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가운데)과 김동관 부회장이 지난달 29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R&D 캠퍼스를 방문해 직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한화그룹 제공

본격 활동 나선 김승연 회장

한화그룹은 김 회장의 현장 경영 이유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그저 현장을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김 회장이 건강하다는 점과 코로나19 유행이 마무리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정도다. 업계에선 김 회장이 M&A를 통해 인수한 기업들이 잘 운영되고 있는지, ‘3세 경영’ 체제로 접어든 한화그룹이 제 길을 걷고 있는지 등을 현장에서 확인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김 회장의 최측근 중 한 명인 김창범 한화솔루션 부회장을 사실상 비서실장 역할을 하는 그룹 경영지원실장에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란 설명이다. 김창범 부회장은 2019년 한화솔루션 대표와 2021년 3월 한화솔루션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며 뒤로 빠졌다. 김창범 부회장은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공장을 함께 방문하는 등 김 회장을 ‘밀착 보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김동관 부회장도 함께했다. 한화 관계자는 “김 회장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임직원들에게 그동안의 성과를 크게 칭찬하고 격려했다”고 말했다. 직접 현장에서 확인한 김동관 부회장의 리더십과 경영 능력에 후한 평가를 줬다는 얘기다.

현장 경영 늘릴까

산업계는 김 회장이 현장 경영의 물꼬를 튼 만큼 앞으로 보폭을 더 넓힐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다음 행선지로는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거론되고 있다. 한화오션 역시 김 회장의 결단으로 지난해 한화 식구가 됐다. 덩치 큰 대우조선해양을 품은 덕분에 한화는 재계 서열 7위(자산 기준)를 지키고 있다.

조만간 10주년을 맞는 삼성과의 ‘빅딜 기업’을 찾을 가능성도 높다. 한화는 2015년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현 한화임팩트), 삼성토탈(한화토탈에너지스), 삼성탈레스(현 한화시스템) 등 4개사를 모두 2조원에 인수했다.

김 회장의 2018년 마지막 현장 경영 무대와 지난달 29일 재개 무대 모두 삼성과의 빅딜로 품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였다. 이 회사는 차세대 발사체(KSLV-Ⅲ) 개발뿐 아니라 장갑차 ‘레드백’, K9 자주포 등을 수출하는 우주·방위 산업 기업이다. 지난 5년 동안 매출(2019년 5조2640억원→2023년 9조3590억원)은 2배가 됐고, 영업이익(1650억원→6910억원)은 4배 늘어나는 등 한화그룹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