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법·원칙 대응' 강조하면서 "정책 늘 열려있는 법" 유화 제스처
의협 "2천명 철회 없인 협의체 참여 안해"…의사들 "거짓말"·"흑역사" 비난 세례
의대 교수들, 오늘부터 '진료 최소화'…'동네의원 주 40시간' 움직임도
尹, '2천명' 강조하면서 "대화하자"…의사들 "증원 철회가 우선"
윤석열 대통령이 1일 TV 생방송으로 담화를 발표하면서 대화를 제안했지만, 의사들은 '2천명 증원 철회'가 먼저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2천명 의대 증원'과 집단행동에 대한 원칙 대응을 강조하면서도 사회적 협의체 구성을 통한 대화를 제안했지만, 의사들은 "거짓말", "흑역사" 같은 격한 표현으로 정부를 비판했다.

의대 교수들은 이날부터 수술과 외래 진료를 최소화하겠다고 나섰지만, 당장 의료 현장에서 상황이 크게 악화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역시 이날부터 의원들의 야간·주말 근무 축소 계획을 알렸지만, 참여 수준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尹, '2천명' 강조하면서 "대화하자"…의사들 "증원 철회가 우선"
◇ 尹 "2천명서 줄이려면 통일안 내야"…'사회적 협의체' 제안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집단행동 중인 의료계를 향해 "증원 규모를 2천명에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정부가 고수해온 '2천명 증원 규모'를 놓고 조건부이긴 하지만, 조정 여지를 열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위해 윤 대통령은 의료계와 이해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증원을 비롯한 의료 개혁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의료계가 합리적인 '단일안'을 마련해 온다면 2천명 규모도 논의할 수 있다는 유연한 입장을 드러낸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2천명이 증원의 최소한이라며 강조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국민의 생명을 인질로 잡고 불법 집단행동을 벌이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료계의 '2천명 증원 절대 불가론'에 대해선 "인제 와서 근거도 없이 350명, 500명, 1천명 등 중구난방으로 여러 숫자를 던지고, 그뿐만 아니라 지금보다 500명에서 1천명을 줄여야 한다고 으름장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단계적·점진적 증원론에는 "애초에 점진적인 증원이 가능했다면, 어째서 지난 27년 동안 어떤 정부도, 단 한 명의 증원도 하지 못한 것인지 묻고 싶다"며 "20년 후에 2만명 증원을 목표로 한다면, 지금부터 몇백 명씩 단계적으로 증원한다면 마지막에는 1년에 4천 명을 증원해야 한다는 논리"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의대 지망생의 예측 가능성과 연도별 지망생들 간의 공정성을 위해서도 증원 목표를 산술평균한 인원으로 매년 증원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했다.

尹, '2천명' 강조하면서 "대화하자"…의사들 "증원 철회가 우선"
◇ 의협 "2천명 후퇴 없인 협의 없다…숫자 정해놓고 의논 의미 없어"
의사들은 윤 대통령의 담화문 내용에 대해 즉각 실망스럽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의협은 브리핑에서 담화문에 대해 "정부의 이전 발표 내용과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다"며 "의사들은 현재 의정 대치 상황이 해결될 수 있는 실마리가 제시될 것으로 생각하고 (대통령) 발표를 지켜봤지만, 이전의 정부 발표와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성근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해법이 아니라고 말씀드린 '의대 증원 2천명' 부분만 반복적으로 언급되고 있어서 답답하다"며 "담화문에 담긴 여러 내용은 기존에 의협 비대위의 발표 등에서 여러 자료를 들어 반박했던 것"이라고 일축했다.

특히 사회적 협의체 구성 제안에 대해 '2천명'이라는 의대 증원 숫자에 대한 후퇴 없이는 협상할 수 없다며 "숫자를 정해놓은 상태로 여러 단체가 모여서 협의 내지는 여러 가지 의논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담화문과 관련해 임현택 의협 차기 회장은 연합뉴스에 "'입장이 없음'이 공식 입장"이라면서 "그 이유조차 말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논평하고 싶지 않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대통령은 예상했던 대로 물러섬이 없다"며 "그런데 그는 또 거짓 주장을 했다.

편향된 정보의 제공, 그것이 권력의 횡포"라고 글을 썼다.

익명을 요구한 필수의료 분야 수도권 소재 대형병원 교수는 "이제 전공의 복귀, 의대생 유급 사태의 해결은 수습이 어려워졌다"며 "정권이, 정치가 민생과 의료, 그리고 경제를 망치는 대표적 흑역사로 세계 역사에 오래 회자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재승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도 "이번 정부는 현 의료 사태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담화문이었다"며 "한국의료의 미래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尹, '2천명' 강조하면서 "대화하자"…의사들 "증원 철회가 우선"
◇ "뇌출혈도 못 받아" 응급실 축소…개원의 '주40시간' 참여는 미미할 듯
전국 의대 교수들이 외래와 수술을 축소하기로 한 첫날인 이날 의료계는 근무시간 단축 첫날인 만큼 큰 변화는 없다면서도, 앞으로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이날부터 교수들이 24시간 연속근무 후 익일 주간 업무를 '오프'하고, 수련병원별로 외래와 수술을 조정한다고 밝혔다.

다른 의대 교수단체인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이에 보조를 맞춰 외래 진료를 최소화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다만 진료 축소는 병원에서 일괄적으로 정하지 않고, 교수들이 과목별 인력 상황에 맞춰 결정하기로 했다.

수술과 외래진료 축소와는 별개로 응급실 상황은 나날이 악화하고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은 이날 거미막하출혈(지주막하출혈)과 같은 뇌출혈 환자도 받지 못한다고 공지했다.

서울성모병원 응급실도 지난주부터 '비응급 경증 환자'는 수용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의협도 이날부터 진료 축소에 동참한다고 선언했지만, 의료계 안팎에서는 대부분 자영업자인 개원의들이 '적극적으로' 진료 축소에 참여할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과거 의료계의 집단행동은 대부분 전공의와 같은 젊은 의사들이 주도했고, 개원의들은 짧게 참여하는 데 그쳤던 만큼 과거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의대 증원 '2천명'에 쐐기를 박은 상황에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예상치 못하게 길어지고 있고, 교수들마저 사직을 각오하는 등 의료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탓에 과거와는 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환자들은 당장의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걱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에서 두살짜리 아이를 키우는 30대 여성 A씨는 "평일에는 직장에 출근해야 하다 보니 아이도, 나도 주말에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당장 진료가 줄어들까 봐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尹, '2천명' 강조하면서 "대화하자"…의사들 "증원 철회가 우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