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실용주의 노선 이마모을루 재선 성공…"패배감 빠진 야권에 희망"
'공무원 모욕죄' 항소심 판결 변수도…1심 확정되면 정치활동 금지
이스탄불 수성한 야권시장 "새시대" 선언…에르도안 대항마 돌풍
튀르키예 지방선거에서 최대 격전지였던 이스탄불에서 야당 소속 시장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차기 대선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에 맞설 대항마로 올라섰다.

AFP, 로이터 통신과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튀르키예 지방선거에서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 소속 에크렘 이마모을루(52) 현 시장이 개표 90% 현재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 후보를 큰 격차로 따돌리며 사실상 승리를 확정 지었다.

이에 따라 그는 2019년 정치 신인에 가깝던 위치에서 당시 AKP 2인자를 상대로 대승을 거둔 데 이어 이번까지 재선에 성공하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2연패를 안겼다.

인구 1천600만명인 이스탄불은 튀르키예 수도인 앙카라보다도 비중이 큰 정치 1번지이자 최대 경제 중심지다.

사업가 출신인 이마모을루 시장은 중도 성향으로 실용주의 노선을 앞세우면서 표심을 끌어모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특히 유세 기간 "이것은 시장 선거 그 이상"이라며 "민주주의는 부활할 것이고, 법과 정의는 회복될 것"이라며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법·인권·언론 탄압을 저격하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이스탄불을 탈환하려 총력전을 펼치고도 이마모을루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한 채 재차 굴욕을 맛보게 됐다.

이마모을루의 2연승은 특히 '21세기 술탄'으로 불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에 맞설 만한 인물을 찾던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는 분위기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살인적 인플레이션에다 대지진 피해로 여론이 악화하던 지난해 대선에서 결선 투표까지 가는 접전끝에 끝내 재선을 따내면서 야권에서는 내분과 패배감이 번지는 상황이었다.

이마모을루 시장도 이날 개표 막바지 승리가 확실시되는 시점에서 이스탄불 광장에 모인 수만명의 지지자 앞에 나와 "이번 선거 이후 나는 우리 유권자들이 우리의 상대편과 현 정부, 그리고 대통령에게 보낸 뜻에 대해 생각해보겠다"면서 향후 대선 행보와 관련해 여지를 남기는 발언을 했다.

그는 그러면서 들뜬 듯한 어조로 "이스탄불에서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내일은 우리 조국에 새로운 봄날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평화, 민주주의, 단합의 공기 속에서 숨쉴 것"이라고 외쳤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지난해 대선에서도 에르도안에 맞설 호소력 있는 야권 주자로 꼽혔으나 전면에 등장하지는 못했다.

그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히면서 수차례 발목을 잡히기도 했다.

2019년 6월 이스탄불 시장 선거에서 승리하자 AKP의 이의 제기로 선거 결과가 무효 처리되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얼마 뒤 치러진 재선거에서 더 큰 표차로 AKP 후보를 따돌리고 승리하는 '여유'를 보였다.

이마모을루는 또한 자신의 당선을 무효라고 결정한 사람들을 '바보'(fools)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공무원 모욕죄로 기소돼 2022년 1심 판결에서 2년 7개월 징역형을 받고 현재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만약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이마모을루 시장은 정치 활동이 금지돼 대선 출마에도 제동이 걸리게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