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 업계에는 ‘8·8 클럽’이라는 용어가 통용됐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8% 이상, 고정이하여신비율 8% 이하인 저축은행을 일컫는 말이다. 금융당국은 8·8 클럽에 속한 저축은행을 우량 금융사로 분류하고 각종 혜택을 줬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이 8%를 넘어서면 비우량 등급으로 관리했다.

지난해 말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0%를 초과한 저축은행이 전체의 4분의 1에 달하자 업계와 금융당국 모두 긴장하고 있다. 상위 10개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은 1년 만에 네 배가량 뛰었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관련 부실채권 정리를 유도하는 제도 개편에 나섰다.
고금리·PF 직격탄…저축은행, 부동산 연체율 4배 뛰었다

PF 연체율 수직 상승

31일 한국경제신문이 자산 기준 상위 10개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페퍼·다올·신한·상상인·OSB)의 부동산 대출(건설·PF 포함)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연체율은 8.2%(산술평균)를 기록했다. 1년 전 2.2%에서 6%포인트 급등했다.

10대 저축은행 가운데 건설·부동산 대출 연체율이 가장 높은 곳은 상상인저축은행(14.5%)이었다. OSB저축은행·페퍼저축은행(이상 12.4%), 웰컴저축은행(8.6%), OK저축은행(8.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저축은행들이 부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대규모로 쌓으며 실적도 악화했다. 10대 저축은행 중 절반인 다섯 곳이 지난해 순손실을 냈다. 페퍼저축은행의 적자 규모(-1072억원)가 가장 컸다. 전체 저축은행 79곳 중에선 절반을 넘는 41곳이 적자를 봤다.

금리가 단기간 급등하면 저축은행은 수익성과 건전성이 모두 나빠진다. 이자 비용이 늘어나고 부실 대출에 따른 충당금 적립액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지난 2년여간 이뤄진 금리 상승이 저축은행에 미친 충격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금융당국의 PF 정책 기조가 바뀐 것도 부담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저축은행들은 PF 대출 부실을 만기 연장으로 잠재웠다. 하지만 작년 말 태영건설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PF 사업성 평가를 엄격히 하라고 압박하며 상황이 바뀌었다. 페퍼저축은행의 PF 대출 연체율은 2022년 말 0%에서 지난해 말 13.2%로 수직 상승했다. OSB·웰컴·신한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연체율도 2022년 0%에서 1년 만에 각각 5.1%, 4.9%, 3.2%로 뛰었다.

저축은행 “올해가 고비”

당국과 저축은행업계는 올 상반기까지 연체율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올해도 연체율 상승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2분기까지는 충당금 부담이 계속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연쇄 부도 같은 시스템 리스크가 터질 가능성은 작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과거보다 연체 수준이 양호하고 기초체력이 탄탄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말 79개 저축은행 모두 BIS 비율이 10%를 넘어서며 규제 기준인 7%(자산 1조원 이상은 8%)를 웃돌았다.

다만 올해 추가적인 PF 대출 부실이 예고된 만큼 건전성 관리의 어려움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말 발표한 금융 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저축은행의 BIS 비율이 최악의 경우 2.7%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BIS 비율을 높이기 위해선 대주주 등의 유상증자가 필요한데 중소형 저축은행 중에는 대주주가 증자할 여력이 없거나 지분을 팔고 나가길 바라는 곳이 꽤 있다”고 귀띔했다.

부실채권 매각 속도 낼까

저축은행업계는 연체율 관리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저축은행중앙회는 PF 경·공매를 활성화하는 내용의 개정 표준규정을 1일부터 시행한다. 6개월 이상 연체된 PF 대출은 3개월마다 경·공매를 해야 한다. PF 구조조정의 가장 큰 걸림돌인 매각 가격은 실질 담보가치, 매각 가능성, 직전 공매 회차의 최저 입찰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화하도록 했다.

금융당국도 부실 사업장 정리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성 평가 기준과 대주단 협약 등 각종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는 경·공매 시 최저 입찰가에 충당금(30%)을 반영해 가격을 더 낮추도록 유도하고 있다.

서형교/조미현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