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소에 카메라 설치한 유튜버 "의심스러워서"
전국의 4·10 총선 투표소 40여곳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40대 유튜버가 처음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40대 A씨는 건조물 침입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31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리는 인천지법에 나타났다.

경찰 승합차에서 내린 그는 수갑을 찬 두 손을 헝겊으로 덮어 가린 모습이었다. 얼굴 노출을 피하기 위해 모자와 마스크를 썼다.

A씨는 카메라를 설치한 이유를 묻는 취재진에 "사전투표 인원을 점검해보고 싶었다"며 "사전투표가 본투표와 차이가 크게 나서 의심스러웠다"고 대답했다.

"경남 양산에서 차량에 동승한 남성과 범행을 공모했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이민영 인천지법 영장당직 판사의 심리로 진행된다. 구속 여부는 오후 늦게 결정될 예정이다.

A씨는 이달 초부터 최근까지 서울·부산·인천·경남·대구·경기 등 전국 각지 4·10 총선 사전투표소 등 총 40여곳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를 받는다.

A씨가 설치한 카메라는 충전 어댑터 형태로 특정 통신사 이름이 적힌 스티커를 붙여 통신 장비인 것처럼 위장했다. 카메라 대부분은 투표소 내부를 촬영하도록 정수기 옆 등지에 설치됐다.

범행을 한 시설은 총선에서 개표소로 사용될 장소나 과거 사전투표소로 쓰인 곳으로 파악됐다.

A씨는 유튜버로 활동하면서 부정선거 의혹을 계속 제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2022년 대통령 선거와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도 사전투표소에 카메라를 설치해 내부를 촬영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는 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개표 인원과 자신이 설치한 카메라 영상 속 투표 인원이 차이가 있다며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를 하는 영상도 온라인에 올렸다.

A씨는 경찰에서 "선관위가 사전 투표율을 조작하는 걸 감시하려고 했다"며 "나름대로 판단 기준에 따라 감시하고 싶은 곳을 설치 장소로 정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의 범행 장소 40여곳 중 아직 카메라가 발견되지 않은 곳에 대해 행정당국과 함께 수사 중이다.

경찰은 또 경남 양산에서 A씨와 함께 다니며 범행을 도운 혐의(건조물 침입 등)로 유튜브 구독자인 70대 B씨를 입건해 조사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