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원 청구…법원 "공공 이익 위한 글로 위법성 없다"
"학부모 맘카페 허위글로 피해" 영어유치원 손배소송 냈다 패소
한 영어유치원이 '맘카페 허위글'로 손해를 봤다며 학부모였던 작성자를 상대로 거액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졌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김도균 부장판사)는 A 영어유치원 측이 학부모였던 B씨에게 청구한 약 2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유치원이 학부모와 소송전을 벌이게 된 사건의 발단은 2019년 8월이었다.

B씨의 아들은 등원 나흘 만에 수업 중 학습 도구에 눈 윗부분이 긁혀 응급실에서 3바늘을 꿰매는 치료를 받았다.

유치원은 이런 사고에 대비해 종합보험에 가입했지만, 보험처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B씨는 2021년께부터 지역 학부모들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인 이른바 '맘카페'에 유치원에 대한 부정적인 글이나 댓글을 썼다.

유치원에서 보험처리를 해주지 않았고, 흉터가 남은 것도 '알아서 치료하라'고 해 아이를 보낸 것이 후회된다는 내용이었다.

유치원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해 해당 글을 삭제하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연락을 하자, B씨는 이 내용도 인터넷에 올리며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무고한 피해자들의 입을 틀어막았던 것 같다'고 썼다.

유치원은 실제 법적대응에 나섰다.

B씨가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게시했고 근거 없는 민원을 제기하는 등 불법행위를 해 원생이 감소하는 등의 손실을 봤기 때문에 약 2억원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유치원이 제기한 형사고소가 모두 무혐의 처분된 점 등을 토대로 B씨의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유치원이 '악성 민원'이라고 주장한 민원 20건 중 7건이 사실로 확인돼 벌점이나 과태료 부과 등이 내려진 점도 판결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업무를 방해하는 불법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며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 볼 수 없고, 오히려 공공의 이익을 위해 글을 작성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유치원이 문제 제기가 사실인지 검증을 소홀히 한 채 민·형사상 조치로 나아간 점이 피고가 각 카페에 다수의 글을 게시하게 된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며 "의도적 허위 적시가 아니고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라면 자유로운 의견교환을 폭넓게 용인할 필요성이 크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