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전자지갑 거치면 자금 추적 사실상 불가능…"관련 입법 등 마련해야"
마약 구매·자금 세탁 손쉬운 가상화폐…범죄 악용 예방책 필요
마약 거래와 불법 자금 세탁 등 각종 범죄에 가상화폐가 활발히 이용되면서 주의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다크웹 또는 가상자산을 이용한 마약 사범은 7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마약류 사범 및 외국인 마약사범(829명)의 9.1%를 차지한다.

가상화폐를 통한 마약 거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활발히 이뤄진다.

통상 구매자가 텔레그램 등으로 판매자에게 연락하면 판매자는 불상의 가상자산 거래 대행소를 통해 거래하라고 요구한다.

구매자가 현금으로 거래 대행소에 돈을 내면 거래 대행소는 일정액 수수료를 제외하고 가상자산을 산 뒤 판매자가 정한 코인 지갑에 돈을 입금하는 식이다.

판매자는 이렇게 코인으로 받은 돈을 다시 여러 번 전자지갑에 분산한 뒤 최종적으로 한 지갑에 모아 현금으로 인출한다.

한 지갑에서 다른 지갑으로 거칠 때 고유번호가 바뀌어 처음 코인을 전달한 사람이 누구인지 찾기 어렵다는 가상화폐 특징을 악용한 '가상화폐 세탁' 과정이다.

경찰은 또 마약사범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가상화폐를 통한 마약 구매도 더 활발해진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경남지역 10∼20대 마약류 사범 및 외국인 마약사범은 196명으로 전체(829명)의 23.6%를 차지했다.

2020년과 비교하면 10∼20대 마약류 사범 및 외국인 마약사범은 53명 늘었고, 전체 검거 인원(691명) 대비 비율로는 3% 증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젊은 층은 SNS와 가상화폐에 익숙해 최근 마약 거래는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거래된다"며 "가상화폐는 개인 전자지갑 간에 유통되면 추적이 쉽지 않아 판매자는 자금 세탁을 위해, 구매자는 쉬운 거래를 위해 이 같은 방식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가상화폐는 마약 거래뿐만 아니라 불법 온라인 도박 자금 세탁이나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많이 활용된다.

지난 2월에는 로맨스 스캠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1억여원을 가상화폐로 바꿔 한 번 세탁한 뒤 상부 조직원 전자지갑에 입금한 50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전문가들은 가상화폐 산업이 점차 커지는 만큼 이를 규제할 만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가상화폐 산업 성장과 함께 이를 범죄에 악용하는 사례도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가상화폐는 범죄 자금 추적이 굉장히 어려워 범죄에 유혹당하기도, 이를 활용해 범죄를 저지르기도 쉬운 만큼 국제 사회와 발맞춰 관련 입법을 마련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