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 측이 “그 어떠한 위법도 없었다”며 하루 빨리 소환해달라고 재차 강조했다.이 대사를 대리하는 김재훈 변호사는 27일 오후 2시께 공수처에 조사를 촉구하고 혐의를 반박하는 취지의 11페이지 분량 의견서를 냈다. 김 변호사는 의견서 제출 뒤 기자들과 만나 "가급적 신속하게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이미 사실관계가 모두 드러나 있는데 도대체 향후 수사로 더 밝혀야 할 고발 관련 의혹이 무엇이냐"고 말했다. 그는 "국방부 장관이 ‘사단장을 (채상병 사건 과실치사 혐의자 명단에서) 빼라’고 외압을 행사한 것처럼 보도됐는데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없다"며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도 바로잡은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또 "(수사 권한이 없는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는) 수사가 아니어서 수사 외압이란 논리가 성립될 수 없고 고발 자체가 정치 공세"라고 말했다.김 변호사는 "본인도 알지 못했던 출국금지 사실을 특정 언론이 어떻게 알았는지 보도했다"며 "졸지에 ‘파렴치한 해외도피자’라는 지탄을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감내하기 힘든 치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사는 지난해 11월 가족과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며 "공수처가 고발 이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 뒤늦게 출국금지까지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언급했다.김 변호사는 이 대사가 내달 중순 이후에도 국내에 체류할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저희도 답답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 대사 측이 공수처에 소환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낸 것은 지난 19일, 21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공수처는 지난 22일 디지털 증거 자료 분석 작업이 진행 중이고 참고인 등에 대한 조사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당분간 이 대사를 소환 조사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이 대사는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에 이첩한 채상병 사건 관련 기록을 회수하도록 지시하는 등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등에 의해 고발됐다. 공수처는 이 대사를 피의자로 입건하고 지난해 12월 출국금지 조치했으나 법무부가 이달 8일 당사자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여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이 대사는 이달 10일 호주에 부임했으나 ‘수사 회피’ 의혹이 일자 11일 만인 21일 방산 협력 주요 공관장회의 참석을 이유로 귀국해 국내에 머물고 있다.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지난 21일 한국에 일시 귀국한 뒤 하루도 빠짐없이 공무를 소화하고 있다. 오는 28일 열리는 '방산협력 공관장회의'가 있지만 그에 앞서 한화시스템·LIG넥스원의 연구소를 방문하는 등 해외 방산협력을 위한 사전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26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이종섭 대사는 이날 경기 성남시 한화시스템 판교 연구소를 방문했다. 한화시스템은 호주군의 위성통신 사업인 '랜드 4140'의 입찰을 준비하고 있어 호주 방산과도 인연이 깊다. 이 대사는 다음 날(27일)에도 LIG넥스원 판교 R&D센터를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LIG넥스원이 개발한 국산 지대공미사일 '천궁-II'가 아랍에미리트(UAE·2022년)와 사우디아라비아(2023년)에 수출되기도 했다. 이 대사는 LIG의 판교 R&D센터와 가까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판교 R&D센터를 들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오는 28일 오전 외교부청사에서 한국의 주요 방산협력 대상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인도네시아, 카타르, 폴란드, 호주 등 6개국 공관장들이 참석하는 '방산협력 공관장 회의'가 열린다.이 자리에는 이 대사를 비롯해 6개국 주재 대사, 외교부·국방부·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방위사업청장까지 참석한다. 방산 협력을 주제로 일부 공관장들만 따로 국내로 불러 회의를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외교부 대변인은 "회의 참석자들은 글로벌 방산시장의 전반적인 현황을 조망하고 우리 방산 수출 관련 현안과 정책과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이 대사는 지난 21일 공관장회의 참석을 위해 귀국한 뒤 매일(주말 제외) 공무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 22일에 안덕근 산업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 25일엔 석종건 방위사업청장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방산업체 일정과 공관장 회의 후에도 29일 6개국 공관장과 함께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한국수출입은행을 방문할 예정이다. 외교부 측은"방산 수출과 관련된 우리나라의 정책금융지원 제도 현황을 청취하고 국가별 특성에 맞춰 방산 수출 확대를 위한 정책금융지원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후에는 '한-호주 외교·국방장관(2+2) 회의' 준비 작업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2+2 회의는 당초 지난해 10월 호주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호주 측 요청으로 순연됐다. 양국은 4월 말이 5월 초에 2+2 회의를 열기 위해 막바지 조율 중이다.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종섭 주호주대사에 대한 소환조사를 두고 "당분간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공수처는 22일 오후 출입 기자들에게 "수사팀은 해당 사건의 압수물 등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및 자료 분석 작업이 종료되지 않은 점, 참고인 등에 대한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대사) 소환조사는 당분간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공지했다.그러면서 "수사팀은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대한 수사에 전력을 기울인 뒤 수사 진행 정도 등에 대한 검토 및 평가, 변호인과의 협의 절차를 거쳐 소환조사 일시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전날 정부 회의 참석을 위해 일시 귀국한 이 대사는 "체류하는 동안 공수처와 일정이 조율돼 조사받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날 오후에는 소환을 촉구하는 변호인 의견서를 공수처에 제출했다.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