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고 있었는데 3000억 '찬물'…바이오 개미들 '비명'
제약·바이오 기업의 주가가 급락세다. 최근 제약·바이오 업종의 상승 랠리를 주도해온 알테오젠의 대규모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아울러 신약 개발을 둘러싼 호재들도 상당 부분 반영되며 섹터 주가가 단기 고점을 형성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1시 기준 KRX300 헬스케어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69% 하락한 3258.50에 거래 중이다. 코스닥150 헬스케어 지수도 2.29% 하락한 4246.12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코스닥 제약 기업들의 낙폭이 컸다. 알테오젠이 13.03% 하락하며 20만원선을 이탈했고, 셀트리온제약과 HLB도 각각 6.83%, 2.73% 하락 중이다.

이날 알테오젠 박순재 대표이사의 부인 정혜신 씨의 보유 지분 블록딜 소식이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 최근 블룸버그는 정 씨의 보유 지분 160만주를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한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매도 가격은 주당 19만7770원으로 전날 종가(21만9500원)보다 9.9% 낮은 가격이다. 총 매도 금액은 3168억원 규모다. 정 씨는 지난 2008년 박 대표와 함께 알테오젠을 공동 창업한 인물이다.

알테오젠은 지난달 글로벌 제약사 머크와 면역항암제(키트루다) 관련 독점 계약을 체결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지난달에만 주가가 124.9% 오르며 코스닥 시가총액 4위로 올라섰으나 이같은 흐름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알테오젠이 해외에서 성과를 보이며 업종 랠리를 주도해왔다"며 "주가가 급등하고 짧게 횡보하는 시점에 대규모 지분 매도 소식이 전해진 건 시장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약개발 기업의 주가가 고점에 근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술수출과 임상시험 등의 호재가 대부분 주가에 반영됐다는 이유에서다.

HLB는 간암치료제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여부가 올해 5월에 결정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올해에만 주가가 131% 뛰었다. 마찬가지로 폐암치료제의 미국 FDA 승인을 기다리는 유한양행과 오스코텍도 이미 주가가 크게 오른 상황이다. 한 제약·바이오 업종 애널리스트는 "항암치료제는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를 가정하고 주가가 뛴 상황"이라며 "추가적으로 나올 수 있는 호재가 제한적인 상황이라 지금은 기대감 보다는 돌발 리스크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전효성 기자 z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