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 사건 관련 재판을 받기 위해 4·10 총선 전날을 비롯해 선거 전까지 세 차례 더 법원에 출석하게 됐다. 이 대표 측은 이 같은 재판부 결정에 강력히 반발했지만 재판부는 “불출석하면 구인장을 발부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는 이날 열린 이 대표의 대장동 관련 배임·뇌물 등 혐의 재판에서 “다음 기일로 오는 29일과 다음달 2일, 9일을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 측은 즉각 반발했다. 이 대표 변호인은 “피고인 본인의 후보자 지위뿐 아니라 제1야당인 당대표 지위와 활동이 있는데 선거 직전까지 기일을 잡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고 모양새도 좋지 않다”며 “총선 이후로 기일을 잡아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 측 생각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분들도 있어 정치 일정을 고려해 재판 기일을 조정하면 분명히 특혜란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며 “(일정을) 맞출지 안 맞출지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불출석할 경우 전에 말씀드린 대로 구인장까지 발부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앞서 재판부는 이 대표가 선거 일정 등을 이유로 지난 12일 재판에 지각한 데 이어 19일에도 허가 없이 불출석하자 “강제 소환을 고려하고 불출석을 반복하면 구인장 발부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재판을 연기했다. 재판부의 경고에 따라 이날 재판에 출석한 이 대표는 “저는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는) 검찰의 입장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사실 제 반대신문은 끝났고, 정진상 측 반대신문만 있어서 제가 없더라도 재판 진행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맹비난하고 나섰다. 판사 출신인 장동혁 사무총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를 시작하기 전에 16년 가까이 법관으로 재판해왔는데, 한마디로 표현하면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라며 “형사소송법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말고는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으면 재판을 열지 못한다고 돼 있다”고 지적했다.

박정하 중앙선대위 공보단장은 논평에서 “이 대표가 법조인 출신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법을 잘 몰라서라기보단 자신은 초법적 존재이고 특별 대우받아야 한다는 선민의식이 뿌리 깊이 박혀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