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절대빈곤율 9.8%…시민소득 제도 폐지로 더 악화할 듯
이탈리아 국민 10명중 1명 절대빈곤…통계작성 이래 최고
이탈리아의 절대빈곤 인구 비중이 1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통계청(ISTAT)은 작년 기준으로 이탈리아 전체 인구의 9.8%인 575만명이 절대빈곤층으로 분류됐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비율은 2022년(9.7%)에서 소폭 증가했고 2014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다.

절대빈곤이란 음식·의류·식수 등 생존에 필요한 기초적인 재화 또는 서비스를 살 수 없는 상태를 뜻한다.

이탈리아 경제는 2020∼2021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웃 국가인 독일, 프랑스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고용이 증가했지만 이러한 경제 회복세가 극빈층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절대빈곤층의 비율은 2020년 9.1%, 2021년 9.0%로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다양한 가구 지원책에 힘입어 소폭 개선됐지만 2022년 이후 다시 상승 추세로 돌아섰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조르자 멜로니 정부는 저소득층에게 생계를 꾸려갈 최소한의 돈을 지원하는 기본소득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했다.

이탈리아어로 '시민 소득'(reddito di cittadinanza)으로 번역되는 이 제도는 극빈층과 실업자에게 주는 일종의 생계 보조금으로, 2019년 도입됐다.

월수입이 780유로(약 115만원)가 안 되거나 일자리 없이 임대 주택에 거주하는 18∼59세 성인에게 1인당 40∼780유로(약 6만∼115만원)를, 자녀가 있는 가정에는 월 최대 1300유로(약 191만원)를 지원해 왔다.

ISTAT은 2019년 약 100만 가구가 시민 소득 덕분에 빈곤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멜로니 정부는 이 복지제도가 재정 적자를 키우고 청년층의 노동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단계적으로 축소해 올해 초에는 전면 폐지했다.

지역별로 보면 지난해 절대빈곤층은 북부 9.0%, 중부 8.0%, 남부 12.1%로 나타났다.

시민 소득 수급자 대부분이 북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난한 남부 지역에 집중돼 남부 지역의 절대빈곤율은 더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