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외치세요"…여기서 7명 빼곤 대부분 알바
“제발 키 순서대로 서 주세요. 사진에 최대한 많은 인원이 나와야 합니다.” “현수막 내용 잘 보이게 양옆에서 빳빳하게 당겨주세요.”

지난 19일 오후 1시30분 서울 남산예장공원 앞. 시민환경단체 전국환경단체협의회의 한재욱 대표가 집회 참가자들에게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라고 지시했다. 행사 참가자 50명가량이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오와 열을 맞춰 서기 시작했다.

‘생태환경 파괴 학습권 침해 남산 곤돌라 설치 반대’ ‘짬짜미 의혹 수의계약 웬말이냐’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바람에 휘날렸다. 사흘 뒤인 22일 서울시청 신청사 동쪽 문 앞에서도 비슷한 방식의 집회가 열렸다. 한 대표는 “많은 사람이 온 걸로 보여야 한다”고 했다.

전국환경단체협의회 녹색청년봉사단, 서울학부모연대, 한국환경단체장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남산숲지키기범시민연대’는 지난해 10월부터 서울시가 추진하는 남산 곤돌라 건설 계획 철회를 요구하기 위해 이 같은 집회를 꾸준히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민간회사인 남산 케이블카가 이미 관광객을 수송하는 상황에서 굳이 또 다른 공공 이동수단이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을 펼쳤다. 남산 곤돌라가 남산 주변 생태계를 파괴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환경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운 이 집회의 구성원은 대부분 일당 3만원에 고용된 아르바이트생이었다. 본지 기자 두 명은 온라인 채용 사이트 ‘알바천국’에 행사 도우미를 모집한다는 구인 글을 보고 19일과 22일 집회에 참여했다. 기자회견 행사 참석 도우미 명목 아르바이트로, 시급은 1만5000원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A씨(50)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현장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참가 인원 중 남산숲지키기범시민연대 회원 6명, 서울학부모연대 1명, 그리고 한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아르바이트 공고를 보고 온 사람들”이라고 귀띔했다.

집회는 한 대표가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70분 동안 서 있는 참가자들을 앞에 두고 일장 연설을 펼치는 식으로 이뤄졌다.

주최 측은 지난해 10월부터 서울시청, 서울교육청, 리라초교, 남산예장공원에서 1인 시위와 단체 집회를 병행하고 있다. 매달 800만원, 지난 6개월 동안 4800만원가량을 집회 참가자 인건비로 지출한 것으로 추산된다. 집회 비용에 관한 의문에 대해 한 대표는 “사업 수익과 연 10만원 후원금을 모아 활동비를 충당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최해련/오유림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