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서울의 밤’을 밝혀온 유명 상권에서 새벽 영업 네온사인이 꺼지고 있다. 유명 먹자골목, 대학가 상권, 24시간 편의점은 물론 홍대 앞 클럽도 예외가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바뀐 직장 내 회식 문화, 급등한 인건비와 원재료 값이 ‘잠들지 않는 도시’ 서울의 밤 문화를 일거에 바꿔놨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식품산업통계정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내 8대 먹자골목의 새벽 시간(오전 0~6시) 결제 건수가 2020년 대비 최소 11%, 최대 45.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엄격한 방역으로 외부 모임을 제한한 코로나19 발생 첫해보다 새벽 손님이 줄었다.

은평구 응암3동 ‘감자국 거리’(대림골목시장)의 2020년 새벽 시간 월평균 결제 건수는 1만7316건에서 지난해 9375건으로 거의 반 토막 났다. 신림순대타운이 있는 관악구 서원동의 새벽 시간 결제는 같은 기간 6만392건에서 4만4557건으로 26.2% 감소했다.

‘24시간 영업’의 대명사인 편의점은 이미 5곳 중 한 곳이 밤 12시 이후 문을 닫는다. 클럽이 밀집한 홍대, 이태원 등지에서는 주중에 문을 닫고 금·토요일 이틀만 운영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밤샘 음주문화가 사라지면서 신촌 등 대학가에서도 밤 12시를 넘겨 새벽까지 영업하는 가게가 사라지고 있다. 인건비 부담과 새벽 손님 급감이 공통된 이유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국내 자영업 형태가 크게 변화했다고 분석한다. 직장인의 이른 귀가, 1인 자영업 등이 일상화하면서 ‘불 꺼지지 않는 도시 서울’의 모습은 옛말이 됐다는 얘기다.

안정훈/조철오/송영찬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