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둘은 당연 셋은 기본, 넷째 낳을까 고민"…총리도 달려갔다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일본 저출산 극복의 현장을 가다⑦에서 계속
"아이 둘은 당연하고, 셋이 기본이에요. 여기 엄마들은 넷째를 낳을까 말까 고민해요." 오카야마현 나기초의 하타 아야노(25세)씨.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해 1월 정기 국회의 시정방침 연설(정기 국회를 개원하면서 향후 국정 운영 방향을 밝히는 연설)에서 저출산 대책을 일본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선정했다. 약 한 달 뒤인 2월15일에는 관련 예산을 두 배 늘리는 '차원이 다른 저출산 대책'을 처음 구체화했다.
"애 둘은 당연 셋은 기본, 넷째 낳을까 고민"…총리도 달려갔다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그로부터 나흘 뒤 기시다 총리가 처음 찾은 저출산 대책 현장이 오카야마현 나기초였다. 나기초는 주고쿠 지방의 정중앙에 있는 인구 5742명의 산간 마을이다.

일본인들도 아는 이가 많지 않은 동네를 첫 방문지로 선택한 건 나기초가 초(超)다산 마을이어서다. 나기초의 2019년 출산율은 2.95명으로 일본 평균의 두 배를 넘었다.
"애 둘은 당연 셋은 기본, 넷째 낳을까 고민"…총리도 달려갔다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아이 한 명을 낳을까 말까 하는 일본에서 나기초는 어떤 동네길래 아이 셋이 기본인 마을이 됐을까.

나기초도 일본의 다른 시골 마을과 마찬가지로 인구감소와 마을 소멸의 위기를 맞았었다. 1957년 9000명이던 인구가 현재 5742명으로 60여년 만에 3분의 2로 줄었다. 이대로라면 20년 후 나기초의 인구는 다시 3분의 2로 줄고, 30년 후면 반토막 난다.
"애 둘은 당연 셋은 기본, 넷째 낳을까 고민"…총리도 달려갔다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2002년 헤이세이 행정구역 대합병 당시 나기초는 주민투표로 이웃 쓰야마시와 합병하는 대신 마을을 독자적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인구가 줄어드는 나기초가 독자생존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았다.

특히 주고쿠 지방의 교통이 불편한 산간 지역이라는 불리한 조건을 안고 싸워야 했다. 나기초가 선택한 독자생존의 길은 육아 환경이 뛰어난 마을이었다. 마을을 존속시키려면 젊은 세대가 매력을 느끼는 동네여야 하고, 특출난 특산물이나 자연환경이 없는 나기초가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는 길은 '애 키우기 좋은 동네'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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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목표는 인구 3000명을 유지하는 것이다. 나기초 인구가 3000명 아래로 줄어들면 고령자만의 마을이 되고, 마을을 유지하는 기본적인 인프라가 깨지게 된다. 병원과 슈퍼가 사라지고, 200엔(약 1800원)만 내면 마을 어디든 갈 수 있는 복지택시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인구 쟁탈전이 벌어지는 일본에서 육아환경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지방자치단체는 무수히 많다. 재정이 뛰어난 도시 지역은 '빵빵한' 경제적 지원을 내세우며 젊은 이주자들을 모신다. 오카야마의 산골 마을 나기초가 물량공세로 이길 가능성은 없었다. 그런데도 나기초가 일본 평균의 두 배가 넘는 출산율을 기록하는 비결은 뭘까.
"애 둘은 당연 셋은 기본, 넷째 낳을까 고민"…총리도 달려갔다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나기초도 이주자 유치를 위해 경제적 지원을 한다. 나기초는 출산 전부터 육아까지 생애 모든 단계를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를 갖췄다. 정부가 주는 출산축하금 42만엔과 별개로 아이가 태어나면 1인당 10만엔을 지급한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 가정에는 아이 1인당 매월 1만5000엔의 자택보육지원금을 준다. 이 또한 정부가 연령에 따라 매월 1만~1만5000엔씩 지급하는 육아수당과 별개다. 고교생에게는 매월 버스비 2만엔을 지원한다. 나기초에는 고등학교가 없어서 버스로 이웃 쓰야마시까지 통학하기 때문이다.
"애 둘은 당연 셋은 기본, 넷째 낳을까 고민"…총리도 달려갔다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대학생에게는 독특한 방식으로 학자금을 대출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마을로 되돌아오면 갚지 않아도 되는 조건이다. 1년에 10%씩 면제하는 방식이어서 10년을 거주하면 대출이 전액 면제된다.

하지만 이 정도는 다른 지역에서도 가능한 지원이다. 기본적인 경제지원 외에 나기초가 주목한 것은 정서적인 지원이다. 돈을 많이 줘서 아이를 키우기 좋은 마을이 아니라 온 동네가 육아에 참여함으로써 아이 키우기에 힘들고 지치지 않는 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애 둘은 당연 셋은 기본, 넷째 낳을까 고민"…총리도 달려갔다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오쿠 마사치카 나기초 초장은 "경제적인 지원과 함께 정신적인 지원까지 하는게 나기초 육아 환경의 특징"이라며 "부모가 육아 고민을 상담하고 분담하면서 다른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시설(나기차일드홈)을 만든 이유"라고 말했다.

오쿠 초장의 말대로 나기초는 남녀노소 불문 마을 전체가 육아에 참여한다. 마을 전체가 어린이집인 나기초의 육아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제도가 '일자리 편의점(나기시고토엔)'과 '나기차일드홈'이다. 일본 저출산 극복의 현장을 가다⑨로 이어집니다.

오카야마 나기초=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