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수출입은행에 2조원 규모의 출자를 추진한다. 방산 수출 확대를 위한 금융 지원 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수출입은행의 법정자본금을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늘리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처음으로 나오는 후속 조치다.

24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기업 지분을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수출입은행에 2조원가량을 투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작년 1분기 출자 규모(2조원) 수준으로 검토 중”이라며 “정확한 규모와 시기,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수출입은행의 자본금은 약 14조8000억원으로 법정자본금(15조원) 소진율은 98.5%다. 지난달 수출입은행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약 10조원을 추가로 출자하는 게 가능해졌다.

정부가 출자를 추진하는 것은 대규모 방산 수출에 대한 수출입은행의 금융 지원 여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자본금을 2조원가량 늘리면 수출입은행은 최대 14조원의 유동성을 추가 공급할 수 있게 된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소폭 높아지면서다. 작년 9월 말 기준 수출입은행의 BIS 비율은 14.8%다.

특히 국내 방산업계의 폴란드 수출 계약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수출입은행은 2022년 국내 방산업체들이 폴란드와 124억달러(약 16조6900억원) 규모의 1차 수출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신용공여 한도를 대부분 소진했다. 300억달러(약 40조3800억원)의 2차 계약 때 지원 자금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 이유다. 이번에 출자가 이뤄지면 수출입은행은 상당 부분을 방산 수출 지원에 활용할 전망이다.

방산뿐만 아니라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등 핵심 산업 수출 지원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지원사격에 나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폴란드를 방문해 “최근 법정자본금을 늘리는 수출입은행법 개정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방산·원전·인프라 등 향후 확대될 대규모 협력 프로젝트에 한국 정부 및 금융권의 확고한 금융 지원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 LG에너지솔루션 등 폴란드에 진출한 국내 기업 관계자를 만나 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과 최원목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등도 동행했다.

최한종/박상용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