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걸면 다 걸리는 홍콩 국가안전조례
아편전쟁 승리 이후 홍콩을 99년간 차지하게 된 영국은 반환 시점인 1997년이 다가오자 중국과 협상을 시작했다. 영국은 사회주의 중국과 자본주의 홍콩의 시스템이 양립할 수 없으니 주권(主權)은 중국에 반환하되 영국이 치권(治權)을 행사하는 특수한 자치 지역으로 만들자고 주장했다. 이를 거부한 중국은 덩샤오핑의 제안으로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제시했다. 한 국가 안에 두 가지 체제를 인정하는 것으로 영국과 홍콩인들의 불안을 달래기 위한 카드였다. 결국 영국은 일국양제를 50년간 변함없이 지킬 것을 중국으로부터 약속받고 이를 홍콩 반환 조약인 중·영 공동선언에도 명시한다.

하지만 홍콩의 자치권을 지켜주겠다는 약속은 공염불이 되고 ‘홍콩의 중국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지금 세계가 목도하고 있다. 2019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놀란 중국은 2020년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홍콩 국가안전법’을 의결하고 ‘친중 애국자’만 공직에 나갈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에 친중파가 장악한 홍콩 입법회를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그제부터 시행한 ‘국가안전조례’는 그 완결판이자 더 이상 일국양제는 없다는 선언과도 같다.

국가안전조례는 반란·모반엔 종신형, 스파이 활동 20년형, 외국 세력의 지원을 받거나 해외에 비밀을 누설한 경우 14년형 등 처벌 수위가 높고 위법을 판단하는 조항도 극히 모호해 걸면 누구라도 걸릴 수 있는 법이다. 미디어·학술 논문과 온라인에서의 발언도 반란·선동·국가기밀 누설로 처벌받을 수 있어 홍콩인들의 입을 틀어막는 것을 넘어 외국인들까지 떨게 하고 있다. 홍콩을 찾은 관광객이 SNS에 홍콩에 대해 쓴 글을 놓고도 홍콩 정부 정책에 악영향을 끼쳤다며 ‘국외간섭죄’를 물을 수 있는 것이다.

국제금융도시의 명성을 잃어가고 있는 홍콩 경제에 국가안전조례는 치명타가 될 듯하다. 중국 시장을 겨냥해 홍콩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은 이제 ‘중국과 너무 가까워진’ 이 도시에서 앞다퉈 탈출하고 있다. 대륙의 작은 점 하나의 자유조차 허용하지 않는 중국의 옹졸함이, 아니 그 치밀함이 두려워진다.

김정태 논설위원 in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