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간 국내 채권형 펀드에 5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미국발 금리 인하 기대가 고조된 영향이다. 채권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격이 상승해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국내 채권형 펀드(설정액 10억원 이상)의 설정액은 1주일 동안 5152억원 증가했다. 해외 채권형 펀드에도 같은 기간 1762억원이 유입됐다.

증권업계에서는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되살아난 영향으로 해석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앞서 20일 미국 중앙은행(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연내 세 차례 금리 인하 전망이 유지될지, 두 차례 인하로 변경될지에 주목했다.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치를 웃돈 것으로 나오자 Fed가 금리 인하 횟수를 줄일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이날 올해 세 번 금리를 내릴 것임을 시사하자 채권형 펀드에 자금이 몰렸다. 허정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이후 첫 인하 시점에 맞춰 금리 낙폭이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인기를 끌었다. 특히 미국 기준금리 인하와 엔화 가치 상승에 동시 베팅하는 상품이 주목받았다.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 장기채 엔화 헤지(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의 순자산은 지난 1주일 동안 408억원 늘었다.

채권형 상품에 돈이 몰리면서 증시 대기성 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은 1주일 새 2조4394억원 감소했다. 또 다른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15일 53조3662억원에서 52조6355억원으로 7307억원 감소한 것으로 금융투자협회는 집계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