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 모두 외교안보 수장 부적합" 싸잡아 비판
볼턴 "트럼프·바이든, 둘다 친구와 적 구별에 서툴어"
한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외교안보 핵심 참모였던 매파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맞대결할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모두 외교안보 측면에서 대통령이 되기에 부적합하다고 평가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21일(현지시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기고문에서 "슬프게도, 미국과 세계에 있어서 두 후보 모두 대통령이 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국가안보 책임은 미국이 직면한 위험과 기회를 파악하고, 위협을 차단하면서 국익을 증진할 방법을 만드는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임무를 수행할 수 없음을 거듭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두 사람 모두 재선을 추구하는 이들은 말할 것도 없이 초보자들에게도 낮은 기준이라 할 수 있는 친구와 적을 구별하는 일에 서툴렀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위협'을 예로 들었다.

그는 "미국을 나토에서 탈퇴시키겠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점점 더 공격적인 위협은 2018년 나토 정상회의에서 위험할 정도로 현실에 가까웠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진지하지만, 지지자와 반대자들 모두 이 놀라운 위험을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고 있다.

그의 엄포를 '협상 전술'이나 '트럼프가 트럼프 짓했다고 치부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라고 주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가 나토나 일본, 한국 등 동맹국들을 향해 책임을 회피한다고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동맹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동맹을 버리려는 포석"이라며 "러시아 침공 이후 나토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트럼프의 견해도 이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 역시 중동 분쟁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의 전쟁만 보는 등 트럼프 대통령 못지않은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란이 테러리스트 대리 세력을 통해 여러 전선에서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형편없는 전략적 감각 때문에 민주당 내 반 시온주의 좌파의 압력에 위축됐으며, 이란의 이스라엘에 대한 '불의 고리' 압박에 대응하는 대신 이스라엘에 대한 정치적 지원을 줄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볼턴 "트럼프·바이든, 둘다 친구와 적 구별에 서툴어"
볼턴 전 보좌관은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가 자행한 잔혹한 테러 행위와 이스라엘의 정당한 자위권 행사를 도덕적 측면에서 동일선상에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을 막을 수 있음에도 그 책임을 이스라엘에 돌리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깨닫지 못하고 하마스가 요구하는 휴전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진짜 범인인 이란과 테러 세력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이스라엘을 비난한다"고 주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대(對)중국 정책에서도 두 후보의 결함이 드러난다고 짚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대한 양국 합의라는 성배를 지키고자 중국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 했고 아무 협상도 하지 않았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배는 역사상 최대 무역 합의로, 그는 지금도 그걸 원하지만 지금은 막대한 관세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불행하게도,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합당한 위상과 미국과 다른 서방 민주국가들이 직면한 위협에 대한 두 후보의 이해 및 대응에는 심각한 결함이 있다"며 "둘 중 누가 이기더라도 앞으로 4년은 암울할 것이며 이는 미국의 적에게는 기쁨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외정책에서 초강경 노선으로 '슈퍼 매파'로 통하는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2019년 국가안보보좌관으로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으나, 불협화음 속에 경질된 뒤 회고록이나 인터뷰 등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