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농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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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이 17년 만에 국내에 라면 공장을 세운다. 미주, 아시아는 물론 유럽에서도 ‘K라면’ 수요가 치솟자 수출 전용 공장을 짓기로 했다. 수출이 큰 폭으로 늘고 있는 유럽에 판매법인도 설립하기로 했다. 급증하는 K라면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신공장 물량 대부분 유럽 수출”

K라면 돌풍…농심, 17년 만에 국내공장 짓는다
신동원 농심그룹 회장(사진)은 22일 서울 신대방동 농심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마친 뒤 기자와 만나 “수출 상황이 좋아 국내에 수출 라면 전용 공장을 세우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농심은 이미 부지를 확보한 경기 평택과 부산 중 한 곳을 신규 공장 후보지로 선정할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부지 검토가 빠르게 마무리되면 연내 착공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농심은 경기 안양·안성·평택, 충남 아산, 부산, 경북 구미 등 국내 7곳에 공장을 두고 있다. 해외에는 미국, 중국에 5곳 있다. 국내에서는 2007년 완공된 부산 녹산 공장을 마지막으로 17년간 신규 공장을 짓지 않았다. 해외에선 2008년 중국 상하이 금산공장과 2022년 칭다오 신공장, 미국 로스앤젤레스(LA) 2공장 등을 완공했다.

농심이 새 공장을 짓기로 한 건 대표 제품인 ‘신라면’을 비롯해 K라면의 글로벌 인기가 갈수록 높아져서다. 지난해 농심은 매출 3조4106억원, 영업이익 2121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해외에서 13억달러가 넘는 매출을 올렸다. 2019년 8억달러였던 해외 매출은 2020년 10억달러, 2022년 12억달러를 넘어서는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농심은 국내에 새로 짓는 공장에서 나오는 물량의 상당 부분을 유럽에 수출할 예정이다. 신 회장은 “수출 상황이 좋은 유럽에 판매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그동안 유럽은 미주나 아시아에 비해 라면 수요가 적었다. 2020년대 들어 K라면에 관심이 높아지자 신흥 유망 시장으로 떠올랐다. 농심의 유럽 매출은 2019년 2500만달러에서 지난해 6010만달러로 늘었다.

○미국 공장도 증설 추진

K라면 돌풍…농심, 17년 만에 국내공장 짓는다
농심은 미국에서도 LA 2공장의 라인을 증설하는 등 생산량 확대에 나섰다. 농심의 미국 라면 시장 점유율은 일본 도요스이산에 이어 2위다. 2017년 기존 2위였던 일본 닛신을 추월한 뒤 꾸준히 격차를 벌리고 있다. 2019년 2억5400만달러였던 농심 미국법인 매출은 지난해 5억3800만달러로 증가했다. 다만 신 회장은 미국 3공장 신설 방안에 대해선 “현재 미국 내 부지 가격 및 인건비 등 비용이 올라 시간을 두고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병학 농심 대표는 이날 주총 인사말을 통해 올해 농심의 3대 중점 과제로 △글로벌 시장 지배력 강화 △신규 사업 육성 △수익 구조 고도화를 제시했다. 이 대표는 “농심은 이제 자타공인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며 “미국 시장에서 중장기적 성장 기반을 마련해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고 중국, 일본, 호주, 베트남을 포함한 주요 국가에서도 유의미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정부의 라면 등 가공식품 가격 인하 압박에 대해 신 회장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밀가루 한 품목의 변수만 가지고 라면 가격을 조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검토는 해보겠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다음달부터 소비자 판매용 밀가루 가격을 최대 10% 낮추기로 지난 19일 결정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