밉상도 이런 밉상이 없다. 개인은 무례하고, 국가는 무도하다. 고압적이고 위압적인 언행, 안하무인 방식은 비즈니스건 외교건 별반 차이가 없다. 그렇다. 중국 얘기다.<불통의 중국몽>은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인 저자가 중국의 전방위적인 ‘영향력 공작’ 실상을 전하며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책이다. 한국의 칼날을 무디게 하기 위해 중국은 한국 사회 속 친중 세력을 적극 활용한다. 친중 세력은 △한반도 통일을 중국이 지지하며 △북한의 비핵화에 중국이 협력하며 △거대 중국 시장은 한국 경제의 목숨줄이라는 ‘환상’에 빠져 있다. 중국은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동맹의 폐기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중국의 ‘갑질’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저자는 ‘극중팔계(克中八計)’를 제시한다. 외국의 간첩 활동 등을 다루는 국내법을 정비하고, 이적 개념을 정비할 것을 주문한다. ‘사이버 안보법’을 제정하고 우리의 국가 주권을 존중할 것을 분명히 한 대중국 외교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언제까지 한국은 중국에 약점을 무방비로 드러내고 있을지, 언제까지 중국에 휘둘리기만 할지 저자가 던진 질문이 가슴을 무겁게 짓누른다.김동욱 오피니언부장
서울에서 독립서점이 가장 많은 곳은 마포구다. 연남동과 서교동 등 골목 곳곳에 각자 개성이 뚜렷한 독립서점 56곳이 모여 있다. 마포문화재단이 독립서점 활성화 프로젝트 ‘마포책방클럽’을 시작한 배경이다.송제용 마포문화재단 대표(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독립서점은 각자 테마를 갖고 꾸민 곳이 많아 개성이 뚜렷하고 ‘숨겨진 진주’처럼 훌륭한 공간이 많다”며 “마니아층과 단골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에게도 홍보가 되면 서점과 시민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동네책방 활성화 사업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마포책방클럽의 주요 행사 중 하나는 독립서점과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야외 도서 축제 ‘무대 위의 책방’이다. 독립서점들이 야외에 플리마켓을 열고, 책 판매와 함께 홍보 부스를 차린다. 프로그램은 뮤지션과 작가들의 북토크, 책 관련 체험 등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10월 마포아트센터 야외광장에서 진행된 이 행사엔 하루 동안 1000명이 넘게 방문하는 등 호응을 얻었다.송 대표는 “독립서점은 각자 테마를 설정하고 책을 판매하기 때문에 일종의 큐레이션 기능도 한다”며 “당일 행사에 우연히 들른 시민들이 독립서점에 매력을 느끼고 축제처럼 즐기다 가는 등 반응이 좋아 올해는 참여 서점이 더 늘어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행사는 오는 5월에도 열린다. 지역 소상공인과 연계해 음식 등 현장 즐길거리를 추가할 계획이다.송 대표는 “독립서점은 책을 판매하는 공간도 되지만 독서 모임 등을 열어 동네 사람들이 모이는 일종의 사랑방 역할도 한다”며 “책과 문학이 계기가 돼 평소 터놓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주제에 대해서도 생각을 나누고 소통하는 장이 바로 서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마포문화재단은 북튜브(책과 유튜브의 합성어)도 운영 중이다. 다양한 분야 명사가 출연해 책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개막식 총감독을 맡은 양정웅 연극 연출가는 고전을 읽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연극 ‘파우스트’ ‘코리올라누스’ ‘페르귄트’ 등 서양 고전을 현대적·감각적으로 재해석해 주목받은 바 있다.싱어송라이터이자 작가로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요조와 베스트셀러 <어서오십시오, 휴남동 서점입니다>의 저자 황보름 등도 출연해 책과 책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우리는 하루하루 살아내기가 급급하고 마땅한 지향점 없이 매일같이 크고 작은 좌절을 겪는다. 장강명 작가는 소소하다면 소소한 우리들의 좌절에 ‘미세’라는 이름을 붙였다.그는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미세 좌절에 관한 담론들을 책 <미세 좌절의 시대>에 담았다. 2016년부터 8년여간 신문과 잡지 등에 기고한 90여 편의 글을 엮었다.저자는 영국 정부에 신설된 ‘외로움 담당 장관’, 코로나19 시기의 배달 노동자 문제, 소셜미디어에서의 ‘밈(meme)’ 등 사회적 현상과 정치 팬덤, 지역 갈등과 세대 갈등, 남북 대립 문제 등 한국 정치의 모습을 폭넓게 다뤘다. 삶과 일상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진다.앨빈 토플러는 1970년 <미래의 충격>을 통해 세계는 점점 빠르게 변할 것이고, 어느 지점에 이르면 변화의 내용이 아니라 속도 자체가 사람들에게 좌절을 안길 것이라고 예측했다.저자는 “지금 우리는 토플러가 우려한 세상에 살고 있지만, 그래도 인간은 계획을 원한다”며 “예전보다 훨씬 더 촘촘한 계획을 세우고 있어 전체 일정이 외부 변화에 그만큼 더 취약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저자는 “쉽게 들뜨거나 비관해서는 안 된다. 거기에 차분한 희망이 있다”고 강조하며 이 혼미한 시대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했다.기자 출신 소설가이자 작가답게 문체가 깔끔하지만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이슈를 다룬 글도 있어 시의성이 부족한 건 아쉬운 점이다.이금아 기자 shinebij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