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익 위해 국토부 직원 자녀 채용" vs "청주공항은 군 공항"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 의혹'…공항 성격 등 두고 법정 공방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회사의 이익을 위해 국토교통부 직원의 딸을 부정 채용했다는 의혹에 관한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이 이 사안을 '채용 비리'로 볼 수 있는지 등에 대해 공방을 벌였다.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전 국토부 직원 A씨의 변호인은 22일 전주지법 형사6단독(김서영 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피고인이 근무한 청주공항은 군 공항이어서 사용 권한이 국토부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A씨의 변호인은 이날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이스타항공 전 인사팀장 B씨에게 "사건이 있던 2016년 당시 청주공항 슬롯(공항 이착륙 배분 시간) 결정 권한이 누구에게 있었느냐"고 물었다.

B씨가 "국토부에 있었겠죠"라고 얼버무리자, 변호인은 "제가 공군에 근무했는데 군 공항은 슬롯 허가를 국토부에서 관할하지 않는다"고 받아쳤다.

변호인은 다시 "증인은 검찰 조사에서 '이스타항공이 당시 국토부 직원인 A씨의 요구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 정도로 막강한 직책'이라고 진술했는데, 그 자리가 어느 정도의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B씨는 "조사받기 전에는 몰랐는데 검찰이 그 권한을 보여줘서 그렇게 생각했다"고 답했다.

변호인이 "아마 검찰이 '업무분장표' 등을 보여주니까 증인이 '이 정도면 막강한 위치겠구나'라고 짐작해서 그렇게 진술한 것 아니냐"고 되묻자, B씨는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B씨가 군 공항의 특수한 성격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마치 A씨가 자신의 딸 채용을 대가로 이스타항공에 특혜를 준 것처럼 검찰에서 진술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반면 검찰은 B씨가 최종구 이스타항공 전 대표에게 받은 인사청탁 성격의 문자메시지 등을 근거로 채용 과정에 분명한 외압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증인은 채용 당시 최 전 대표로부터 '막강한 권한을 가진 국토부 직원의 딸이 지원했는데 민감한 사안이니 검토해달라'는 문자를 받은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B씨는 "네 (인사 부서) 직원에게 지시했다고 (최 전 대표에게) 답변했다"고 답했다.

검찰이 이어 "증인은 이후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나는 떠나면 그만'이라는 문자도 보냈는데 이게 무슨 뜻이냐"고 묻자, B씨는 "기업 운영은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정확히 해야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예를 들어 (부정 채용같이)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뜻이었다"고 했다.

검찰과 변호인은 서로의 심문에는 관여하지 않으면서도 이번 사건에 부정한 개입이 있었는지에 대해 각자의 논리로 상대의 주장을 받아치는 모습을 보였다.

회사 이익을 위해 A씨의 딸을 부정하게 채용한 혐의(뇌물공여)로 함께 피고인석에 앉은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의원과 최 전 대표는 별다른 발언 없이 이들의 공방을 지켜봤다.

이 전 의원과 최 전 대표는 2016년 7월께 A씨의 청탁을 받고 A씨의 자녀를 이스타항공 정규직으로 채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의원은 이스타항공에 대한 수백억원대 횡령 및 배임, 또 다른 채용 비리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아 이날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했다.

검찰과 변호인 측은 추가 심문이 필요하다며 당시 이스타항공에 근무했던 직원과 공항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다음 재판은 5월 14일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