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찾은 조방낙지 원조 맛집 등
전통과 감성 살아 있는 노포의 매력
부산 그린식품 유부주머니
부산 그린식품 유부주머니

자식들 키워낸 손맛 그린식품

부들부들한 유부 안에 한국인 입맛에 맞는 양념으로 고소하게 무친 당면을 가득 넣고 미나리 한 줄을 돌돌 말아 저고리 고름 묶듯 야무지게 묶어야 ‘깡통골목할매유부전골’의 한 그릇 전골 안에 든 유부주머니가 완성된다. 그리고 이 오래된 가게의 유부는 모두 부산의 백년소공인 ‘그린식품’에서 만든다.

그린식품 백종진 대표의 어머니는 1997년에 부평깡통시장에서 작은 평상을 깔고 유부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외환위기로 남편의 사업이 무너진 때였다. 어려움 속에서도 정성스럽게 만든 유부는 만드는 족족 팔려나갔다. 하루를 꼬박 만들고, 하루는 장사를 하고, 그렇게 해서 일궈낸 가게를 아들인 백종진 대표가 ‘그린식품’이라는 제조공장까지 갖춘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여전히 공장에서 유부를 삶고 유부 소를 만들어 넣고 미나리로 동여매는 과정은 모두 사람의 손을 거친다. 그래도 시설을 갖추고 제품화한 덕에 어머니의 유부전골은 전국 곳곳에 있는 소비자와 만나게 됐다.

부드러운 유부주머니가 터지기 직전까지 속을 꽉꽉 채우는 어머니의 손이 눈에 선하기 때문일까, 오래된 가게에서 먹는 유부전골은 마음과 속을 달래준다. 이제 부산역에 내리면 제일 먼저 두 손에 쏙 들어오는 따뜻한 유부전골 한 그릇이 떠오를 것 같다. 그럼 서둘러 부평깡통시 장으로 가면 되겠지.

▶부산 중구 대청로35번길 4

요리 장인 엄마의 가게 구기영조방낙지
부산 구기영조방낙지
부산 구기영조방낙지
앞서 촬영한 백년가게에서 “어디 조방낙지 촬영을 가느냐”고 묻기에 ‘구기영조방낙지’라고 답하니 바로 “음, 거기가 원조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1991년 명장동에 가게 문을 연 구기영 대표는 현재 딸 송지안 대표와 함께 이곳을 운영하고 있다. ‘조방낙지’는 부산 특유의 매콤한 낙지볶음 요리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는 물론 ‘낙곱새’. 고유명사처럼 불리는 이 메뉴는 낙지와 곱창, 새우를 넣고 매콤한 양념으로 맛을 내는 요리로, 입맛 없던 사람도 냉면 그릇에 푸짐하게 나온 흰쌀밥에 낙곱새 한 국자 퍼 담아서 비비면 남김없이 싹싹 긁어 먹는다. 신선한 낙지와 먹기 좋은 새우를 넣으니 몸보신하는 기분이다.

송지안 대표는 반찬으로 나온 몸에 좋은 정구지(부추의 부산말)를 함께 비벼 먹으라며 연신 반찬을 가져다준다. 낙지가 연꽃처럼 피어오른다 하여 이름 불리는 ‘연포탕’은 낙지를 각종 채소와 함께 넣어서 익혀 먹는 요리로, 이 곳의 연포탕은 전복과 키조개, 새우, 게, 소라 등 큼직하고 건강하게 자란 해산물을 가득 넣고 끓인다.

매장에는 부산음식박람회 때 열린 2인1조 창작 요리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두 대표의 사진이 걸려 있다. 창작 요리 미션 재료는 낙지였다. 송지안 대표는 한 달 넘는 기간 동안 영업을 마치자마자 요리 대가인 엄마와 함께 연습했다고 한다.

송지안 대표에게는 고된 훈련이었을 터다. 그 훈련의 효과가 컸는지 이제 가게를 지휘하는 것은 송지안 대표다. 가게 앞에서 장난스럽게 포즈를 취하던 흑백사진 속 어린 딸은 이제 같이 사진 찍기 싫어하는 새침한 숙녀로 자라 백년가게를 이어가고 있다. 세월이란 게 참 어여쁘다.

▶ 부산 동래구 명장로20번길 60

횟집이라는 자부심 선창횟집
부산 선창횟집
부산 선창횟집
1985년에 ‘선창횟집’의 문을 연 것은 전왕륜 대표의 부모님이었다. 부산 남자와 서울 여자가 만나 횟집을 차리고, 그해 아들이 태어났으니, 전왕륜 대표와 이 가게는 마치 형제 사이인 셈이다.

부산 사나이 아버지는 부산에서 최고의 생선과 채소 등 싱싱한 식재료를 공수해오고, 어머니는 메뉴를 선정하고 코스를 구성해 운영했다. 당시만 해도 일식집은 깔끔하고 정갈한 가게, 횟집은 왠지 어수선하고 지저분하다는 인식이 만연한 시기였다고 한다. 어머니는 횟집이야말로 바닷가에서 나는 신선한 재료를 갖고 요리하는데 차원이 낮은 음식점으로 인식되는 게 싫었다. 요리 전공자가 아니었던 어머니는 자신의 신념으로 가게를 이어 나가기 위해 복잡한 메뉴를 걷어내고 셰프가 바뀌어도 맛과 메뉴가 변하지 않도록 레시피를 규격화했다.

회의 크기와 모양, 결의 방향과 점 수까지 일정하도록 한 덕분에 손님들은 관광지에 있는 음식점인데도 깔끔하고 음식의 질이 훌륭하다고 평가한다. 선창횟집과 같은 가게가 있음으로 인해 고객들의 ‘횟집’에 대한 인식 수준도 덩달아 높아졌다. 전왕륜 대표는 자신과 형제 같은 이 가게를 물려받아 꾸려나가고 있다. 부모님의 신념과 철학은 그대로 잇고, 변화하는 시대에 빠르게 대응해 손님들이 불편함 없이 찾을 수 있는 가게로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62번길 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