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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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봉주 전 의원 공천 취소로 치러진 서울 강북을 경선 결과를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조수진 변호사에게 패배한 비명(비이재명)계 재선 박용진 의원을 둘러싼 '비명횡사' 논란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19일 당 선거관리위원회의 경선 결과 발표 이후 경기도 성남 중원구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전 취재진에게 "강북을 선거 결과를 제가 차를 타고 오면서 보고 받았는데, 가산 감산 없이 해당 지역 권리당원 53% 정도가 투표를 했는데 조수진 후보가 훨씬 많이 이겼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강북을 권리당원 투표(득표율)는 조 후보가 53.76%, 박 후보가 46.25%였고 전국 권리당원(투표 득표율)은 박 후보가 23.15%, 조 후보가 76.86%였다"며 "가·감산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박 후보가 30.08%, 조 후보가 69.93%였고 가·감산을 하면 19.4% 대 80.6%였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감산 없이 압도적인 차이로 후보가 결정됐으니 이제 이 얘기는 여기서 끝내자"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경선 탈락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한 달 동안 가끔 나 몰래 '트루먼쇼'를 찍고 있는 중이 아닐까 생각해봤다"며 "영화의 시나리오처럼 모두가 나를 상대로 몰래카메라를 찍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오늘 영화 같은 반전이 없는 결과를 받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세 번째 경선엔 왜 전국 당원들이 강북을 투표에 참여해야 하는지, 왜 여전히 30% 감산도 모자라 55% 차이를 안고 뛰어야 하는지, 전국적인 투표 지연 사태에도 왜 당은 문제 제기를 묵살하는지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패배가 뻔한 경선, 결론이 정해진 경선임을 알고 받아들였기에 새삼 다른 감정은 들지 않는다"며 "다만 대한민국 정치사에, 민주당의 앞날에 다시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승리한 조 변호사를 향해선 "우리 국민들을 위해 당선돼 '좋은 정치'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현역 의원평가 하위 10%에 포함된 박 의원은 '경선 득표의 30% 감산' 페널티를 안고 임했다. 반면 조 변호사는 여성 신인에게 주어지는 '가점 25%'를 받았다. 여기에 공천이 취소된 정 전 의원이 경선 첫날 조 변호사를 향해 지지 선언까지 한 바 있다.

당내 대표적인 비명계 인사인 박 의원은 지난 2022년 8·28 전당대회 당시 이 대표와 당권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박 의원은 전국 단위 당원 투표 합산 방침과 30% 감산 규정 재적용에 반발하면서도 전략경선에 임했다가 패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