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외교장관이 19일 만에 서울에서 만났다. 두 장관은 북한 문제 등에 관해 지속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외교부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안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오찬을 겸한 회담을 가졌다고 18일 발표했다. 조 장관은 이날 제 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장관급 회의 참석을 위해 4개월 만에 방한한 블링컨 장관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만났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조 장관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워싱턴에서 열린 회담 이후 19일 만에 이뤄지는 한·미 외교장관 회담이다. 조 장관은 블링컨 장관이 장관급 회의에 직접 참석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여하는 등 미국이 이번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준 데 사의를 표했다. 또 두 장관은 한국이 미국에 이어 이번 회의를 주최한 것이 한미동맹이 '가치동맹'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두 장관은 이날 민주주의 정상회의 직전에 북한이 단거리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 여러 발을 발사한 것을 규탄했다. 또 이런 도발이 한·미·일과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를 강화시킬 뿐이라고 했다. 조 장관은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고 통일을 부정하고 있지만, 우리는 자유와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확장하는 통일 노력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두 장관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했다. 또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 해외 노동자 파견, 정제유 해상 환적 등 불법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한 협력도 지속해나가기로 했다. 그밖에 우크라이나, 중동, 남중국해, 대만 문제 등 지역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한·미 간 안보리, G7, NATO 등 글로벌 무대에서의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포괄적으로 협의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최근 몇 년간 민간 기업으로 둥지를 옮긴 고위 공무원 중에는 외교·통상 전문가가 많다.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국내 기업들의 무대가 전 세계로 확대되면서 주요국의 정책 동향을 시시각각 파악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져서다.13일 인사혁신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 기업과 로펌으로 이직한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은 30명이다. 외교부 출신 이직자가 13명, 산업부 출신이 17명이다. 전년(13명)의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두 부처 모두 연간 이직자 수 기준으로 역대 최대다. 외교부 출신인 김동조 전 청와대 외신대변인 등 3명은 현대차로 옮겼고, 산업부 고위 공무원 2명은 LG에너지솔루션으로 출근한다. 삼성전자와 SK E&S도 외교·통상 분야 공무원을 영입했다.‘관세장벽’이 글로벌 통상무대의 화두가 되자 관세청 출신을 끌어들인 기업도 늘었다. 2022년 한 명뿐이던 관세청 출신 공무원의 민간 기업행은 지난해 5명으로 불었다. 강연호 관세청 혁신기획재정담당관이 삼성전자 관세지원파트장으로 옮긴 게 대표적이다.기업들이 외교·통상 공무원 영입에 열을 올리는 배경에는 미국이 주도하는 ‘신(新)통상질서’가 있다. 한국 기업들은 그동안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정책을 내놓으면 사후에 대응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2022년 발효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사태 등을 겪으면서 대응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법안 통과 후 대응하면 기업이 치러야 할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법안 입안 단계부터 우리 기업들의 목소리를 내려면 시나리오별 정세 판단에 능숙한 외교·통상 공무원을 영입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거물급 미국 외교 관료 출신 영입전도 치열하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를 자문역으로, 삼성전자는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를 북미총괄 대외협력팀장(부사장)으로 영입했다. LG는 2022년 2월 조 헤이긴 전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미국 워싱턴 공동사무소장으로 임명했다. 한화솔루션도 지난해 3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상원의원을 지낼 때 비서실장을 맡은 대니 오브라이언 폭스코퍼레이션 수석부사장을 북미법인 대관 담당 총괄로 영입했다.김우섭/김진성 기자 duter@hankyung.com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출국금지 해제 이틀 만인 10일 오후 호주로 출국했다. 이 전 장관은 해병대 채상병 수사외압 의혹으로 수사받다가 주호주대사로 임명됐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차원에서 직권남용과 피의자 해외 도피 관련 외교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 탄핵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민주당은 이날 오후 5시30분께부터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윤석열 대통령실의 해병대 수사외압 범인도피 범죄은폐 저지 긴급행동'을 열었다. 현수막과 피켓 등을 들고 이 전 장관의 출국을 막겠다는 취지로 진행됐다. 홍 원내대표와 박찬대·박주민·정일영·오기형·홍기원 의원 등이 참석했다.홍 원내대표는 "예상과 다르게 윤석열 대통령이 이종섭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해서 해외로 도피시키겠다는 것은 강행하겠다고 한다"며 "이는 명백한 수사 방해고 주요 피의자를 국가기관이 공권력 동원해서 해외로 도피시키는 사건"이라고 긴급행동의 취지를 밝혔다.이 전 장관은 지난 4일 주호주 대사로 임명됐다. 다만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에 따른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수사로 출국금지 조처가 내려졌던 사실이 알려졌다. 이 전 장관은 지난 5일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풀어달라고 이의신청을 제기했고, 법무부는 8일 출국금지심의위원회를 열고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했다.홍 원내대표는 이에 대 "이 전 장관은 오늘 해외로 출국해선 안 된다"며 "공수처가 이 전 장관을 불러 4시간 조사한 것은 해외 도피를 방조하기 위한 절차적 과정에 불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은 공천받은 자들의 공천 취소하고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을 철회하라"고 덧붙였다.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7시15분께까지 출국장 앞에서 긴급행동을 이어갔다. 다만 이 전 장관은 민주당 의원들의 눈을 피해 탑승 수속을 마친 뒤 호주 브리즈번으로 향하는 비행기(오후 7시45분)에 탑승한 것으로 전해졌다.홍 원내대표는 이러한 소식을 접한 뒤 기자들과 만나 "2시간 전부터 기다린 우리를 피해 어떻게 이 전 장관이 출국했는지를 면밀하게 확인해보겠다"며 "또 다른 편법을 통해서 특혜를 가졌는지 등을 따져보겠다. 다만 중요한 것은 오늘 또다시 법과 원칙, 공정과 상식이 허물어졌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홍 원내대표는 격앙된 어조로 "윤석열 정부와 전면전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관련 상임위원회를 소집해 이 문제를 따지겠다"며 "호주 대사 임명부터 출입국절차를 통과하는 모든 과정에서 직권남용과 수사 남용 관련된 이들과 공수처, 실무 담당자들이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