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머금은 뜨끈한 국밥, 코흘리개 시절 추억을 소환하는 분식, 자연을 품은 특산물까지. 오직 울산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맛을 찾아.
간절곶 가는 길에 만난 빨간 등대. 사진=정균
간절곶 가는 길에 만난 빨간 등대. 사진=정균
울산은 역동의 도시다. 우리나라 근대화의 초석이 마련된 곳이자 제1의 공업도시다. 활력 넘치는 이미지만 큼이나 울산의 맛은 남다르다. 서울 다음갈 정도로 높은 외지인 비율이 이곳만의 독특한 식문화를 형성하는 데 한몫했다. 오랜 시간 도시를 지켜온 토박이와 일자리를 찾아 정 착한 외지인이 느긋이 조화를 이루 며 살아온 덕이다.

오랜 전통을 간직한 노포는 물론, 타지인의 입맛을 아우르는 요즘 식당까지 다채로운 선택지가 입맛을 돋운다. 모두를 포용하고자 너그러워진, 그래서 더 각별한 울산의 맛을 소개한다.

언양 진미불고기

울산의 대표 음식 언양불고기. 사진=정균
울산의 대표 음식 언양불고기. 사진=정균
울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언양불고기. 많고 많은 불고깃집 중 ‘원조 of 원조’를 찾고 있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1960년대 언양 최초의 식육점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집으로, 품질 좋은 순수 한우 암소를 사용해 고유의 구수한 맛을 살렸다. 조미료나 연육제는 일절 사용하지 않고, 최소한의 양념만 더해 감칠맛을 낸다는 사장님의 귀띔.

적당히 달큼한 양념에 그윽한 불 향이 더해진 언양불고기는 완벽한 굽기로 구워져 나오니 젓가락 들고 즐길 준비만 마치면 된다. 진미불고기(즉석 양념구이), 소고기구이, 육회 등도 맛볼 수 있다.
언양 진미불고기의 언양불고기는 적당히 달큰해 쌀밥과 잘 어울린다. 사진=정균
언양 진미불고기의 언양불고기는 적당히 달큰해 쌀밥과 잘 어울린다. 사진=정균
Kick! 불고기 사합
언양불고기삼합, 아니 사합 되시겠다. 갓 지은 따끈한 쌀밥에 부드러운 불고기, 쫄깃한 버섯, 상큼한 파채를 올려 한입에 드셔보시길.

하동식당

울산에는 3대 국밥집이 있다. 그중 4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돼지국밥집이 있으니 바로 하동식당이다. 가게 밖으로 뽀얀 김을 내뿜는 가마솥 육수에 신뢰도가 높아지고, 예스러움이 그대로 묻어나는 내부에 발을 딛는 순간 ‘제대로 찾아왔구나’ 싶다.
울산 3대 국밥집 중 하나로 꼽히는 하동식당의 돼지국밥. 사진=정균
울산 3대 국밥집 중 하나로 꼽히는 하동식당의 돼지국밥. 사진=정균
도살장에서 갓 도축한 돼지고기의 허벅지살을 사용하고 내장과 뼈를 오랜 시간 푹 끓여내 깊은 맛을 더했다. 뚝배기 가득 담긴 녹진한 국물과 담백하면서도 부드러운 살코기·내장. 매서운 겨울을 견뎌내기에 이보다 더 완벽한 ‘완전식품’은 없으리라. 세월을 말아주는 국밥의 힘을 이곳에서 느꼈다.

Kick! 건더기
타 돼지국밥집과 다른 하동식당만의 특징이 있으니, 고기와 내장이 잘게 썰려 들어가 있다는 것. 덕분에 극강의 풍미를 자랑한다.

떡바우횟집

울산 푸른 바다를 눈으로, 또 입으로 만끽할 수 있는 곳. 간절곶에서 차로 10분이면 닿아 식사 겸 드라이브하기에도 제격이다. 싱싱한 회는 기본, 이 집의 숨은 인기 메뉴는 성게비빔밥이다. 바다 향기 가득 머금은 성게에 김, 참기름, 깨, 밥을 넣고 쓱쓱 비벼 먹는 맛이 일품이다. 가을·겨울에 한해 양장구(말똥성게) 비빔밥을 맛볼 수 있으니 성게 마니아라면 놓치지 말 것.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떡바우횟집. 성게비빔밥과 제철 물회가 인기 메뉴다. 사진=정균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떡바우횟집. 성게비빔밥과 제철 물회가 인기 메뉴다. 사진=정균
물회의 경우 그날그날 들어오는 횟감으로 만들어 신선하게 즐길 수 있다. 자극적이지 않고 새콤달콤 시원해 어린이 손님에게도 인기가 있다고. 제철 생선으로 맑게 끓인 국부터 정갈한 밑반찬까지 어느 하나 빠질 게 없다.

Kick! 갈치구이
기본 밑반찬으로 무려 갈치구이가 나온다.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는 고소한 맛이 잔가시를 하나하나 바르는 수고로움도 기꺼이 감수하게 한다.

동부분식

달걀·쑥갓·깨가 듬뿍 들어간 고소한 칼국수에 은은한 향의 미나리 김밥이 대표 메뉴. 특출나진 않지만 돌아서면 자꾸 생각나는 맛이다. 이래서 아는 맛이 무섭다고들 하나 보다.
동부분식의 칼국수(왼쪽)와 미나리 김밥. 사진=정균
동부분식의 칼국수(왼쪽)와 미나리 김밥. 사진=정균

이평분식

충격! ‘서울 촌놈’ 기자가 먹고 자란 쫀드기는 가짜였다. 젤리처럼 쫄깃한 식감에 짭짤한 라면스프가 더해진 ‘진짜 쫀드기’는 경상도 지역만의 독특한 간식이라고. 늦게 알게 돼 원통할 따름이다.
말랑 쫀드기(아래)를 튀기면 딱딱 쫀드기(위)가 된다. 사진=정균
말랑 쫀드기(아래)를 튀기면 딱딱 쫀드기(위)가 된다. 사진=정균

학교앞분식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만점이라는 울산 명물 물라면. 밍밍할 거란 편견은 금물이다. 대파 뿌리를 넣어 우린 육수에 면 하나만 넣었을 뿐인데 희한하게 개운하고 중독성 있다.
간식으로 안성맞춤인 울산 물라면. 사진=정균
간식으로 안성맞춤인 울산 물라면. 사진=정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