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회춘 열쇠'…좀비세포·미토콘드리아
노화를 막고 다시 젊어지게 만드는 ‘회춘’ 기술은 세포 리프로그래밍 외에 여러 갈래에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노화를 유발하는 원인을 찾아 이를 봉쇄하고 제거하는 방식의 연구가 주류다. 세포의 나이를 원천적으로 되돌리는 세포 리프로그래밍과는 다른 접근법이다.

노화세포의 증가는 노화를 유발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나이가 들수록 핏속에 쌓이는 ‘노화 인자’도 마찬가지다. 최근엔 세포 속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공장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저하가 우리 신체의 노화를 유발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노화세포는 ‘좀비 세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우리 몸의 시스템상 죽어 없어져야 할 세포가 죽지 않고 살아남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포는 분열할 때마다 텔로미어가 짧아지고, 충분히 짧아지면 스스로 죽는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끝부분에 붙어 세포 수명을 결정짓는 역할을 하는 DNA 조각이다. 그런데 텔로미어의 세포 시계가 작동되지 않은 게 노화세포다. 좀비가 된 노화세포는 염증을 일으킨다. 염증은 노화를 가속화하는 주요 원인이다.

이런 메커니즘에 착안해 노화세포만 골라 죽이는 약물 개발이 한창이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투자한 유니티바이오테크놀로지는 노화 과정에서 생기는 황반변성 등의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피에서 단서를 찾으려는 연구도 활발하다. 2005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피와 수명의 관계를 연구한 논문이 실리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늙은 쥐에게 젊은 쥐의 피를 수혈했더니 늙은 쥐의 장기들이 다시 젊어졌고 수명은 길어졌다. 특히 심장과 간이 젊어졌고, 근육도 다시 강해졌다. 2017년 설립된 미국 벤처기업 암브로시아는 이런 연구 결과를 토대로 노인에게 젊은이의 피를 넣어주는 회춘 사업을 내놨고, 부유한 노인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효과와 안전성을 경고하면서 결국 서비스를 중단했다.

최근에는 미토콘드리아가 회춘의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늙은 쥐에 미토콘드리아를 이식했을 때 수명이 늘고 암에도 덜 걸린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면서다. 미국 롱제비티테크펀드에서 2000억원을 투자받은 미트릭스바이오 등이 미토콘드리아로 회춘 신약을 개발 중이다.

세계적 석학인 스티브 호바스 미국 UCLA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미토콘드리아가 줄어든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미토콘드리아 이식이 노화를 막을 새로운 돌파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