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영화 1902·10개의 시점으로 보는 영화감상법
[신간] 질베르토 페레스 비평집 '영화, 물질적 유령'
▲ 영화, 물질적 유령 = 질베르토 페레스 지음. 이후경·박지수 옮김.
비평은 추상적인 이론과 구체적인 현실이 만나는 지점이다.

비평의 영역에서 이론은 현실로부터 자양분을 얻고, 현실은 이론에 이끌려 고양된다.

비평의 중요성은 여기서 나온다.

비평이 죽어버리면 이론도, 현실도 쇠락한다.

문학이든, 정치든 마찬가지다.

영화도 예외가 아니다.

영화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과 정확한 언어로 쓰인 비평은 영화 이론과 영화 산업의 수준을 끌어올린다.

영화에 대한 안목을 가진 관객층을 형성하기도 한다.

이 또한 영화 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짐은 물론이다.

'영화, 물질적 유령'은 쿠바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한 저명한 영화학자이자 영화비평가 질베르토 페레스(1943∼2015)의 비평 모음집이다.

페레스의 글은 이론과 현실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영화 비평의 전범을 보여준다.

작가 이론, 낭만주의, 페미니즘과 같은 이론적 주제를 논하다가도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걸작 '현기증'(1959)의 한 장면으로 돌아간다.

이 책은 페레스가 사랑한 영화 예술가 중에서도 버스터 키튼, 알렉산드르 도브첸코, 장 르느와르, 존 포드, 마틴 스코세이지, 장뤼크 고다르,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등에 관한 글을 담고 있다.

어느 대목을 봐도 이론과 현실이 절묘하게 교차한다.

그리고 '시네마천국'(1990)의 토토처럼 1950년대 쿠바 아바나의 영화관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영상에 푹 빠져 어린 시절을 보낸 페레스의 영화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컬처룩. 700쪽.
[신간] 질베르토 페레스 비평집 '영화, 물질적 유령'
▲ 건축영화 1902 - 메트로폴리스에서 원초적 본능까지 = 강병국 지음.
이용주 감독의 '건축학개론'(2012)은 대학 새내기의 풋풋한 첫사랑을 그린 영화지만, 건축에 관한 영화기도 하다.

건축가인 주인공 승민(엄태웅 분)은 자신을 찾아온 대학 시절의 첫사랑 서연(한가인)을 위해 집을 짓는다.

오래전 약속을 지키기로 한 것이다.

건축가이자 영화광인 저자는 서연이 제주도의 옛집을 허물어 버리고 새집을 지으려고 하다가 결국 개보수를 하기로 한 데 주목한다.

그러면서 "오래된 집을 허문다는 것은 그 집과 함께 집의 역사가 동시에 사라진다는 의미"라며 "소중한 기억의 장소로 집의 일부는 보존하고, 불편하고 비좁은 부분은 바꿔 새롭게 재탄생시킨 하나의 사례"라고 풀이한다.

저자는 일반 관객이 지나쳐 버리기 쉬운 건축학적 함의를 영화에서 포착해낸다.

이를 통해 영화감상의 깊이를 더해준다.

SF 영화의 시조로 꼽히는 '메트로폴리스'(1927)부터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인셉션'(2010), 샤론 스톤 주연의 '원초적 본능 2'(2006), 마크 웹 감독의 '500일의 썸머'(2010) 등 세계 각국의 영화를 넘나들면서 건축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영화라고 하는 대중 예술을 매개로 집과 도시에 관한 저자의 철학도 펼쳐낸다.

정예씨 출판사. 366쪽.
[신간] 질베르토 페레스 비평집 '영화, 물질적 유령'
▲ 10개의 시점으로 보는 영화감상법 = 전찬일·라이너 지음.
팟캐스트와 유튜브 매불쇼 '시네마지옥' 코너에 출연하는 영화평론가 전찬일과 라이너의 영화 이야기다.

우리가 왜 영화를 보는지에 관한 다소 철학적인 질문부터 영화의 흥행 조건, 관객의 감동을 끌어내는 요소, 명작의 기준, 배우의 연기, 사운드와 미장센 등 10가지 관점으로 영화라는 예술에 접근한다.

양파 껍질을 한 겹 두 겹 벗기듯 영화를 본다면 더 재밌을 수 있고, 이 책이 그 길잡이가 될 수 있다는 게 저자들의 말이다.

저자들이 매불쇼에서 펼쳐내는 입담을 즐기듯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올드스테어즈. 244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