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투병에도 환자 돌본 '필리핀의 한국인 슈바이처'
30여 년 동안 필리핀에서 취약계층을 위해 의료봉사를 하다가 별세한 ‘필리핀의 한국인 슈바이처’ 고(故) 박병출 누가병원 원장이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KAIST에 100억원 상당의 토지를 기부한 고 곽성현 한국링컨협회 이사장과 28여 년 동안 아동 보호시설을 운영한 프랑스 국적 허보록 신부에게는 각각 국민훈장 석류장이 수여됐다. 이들은 국민이 직접 추천하고 심사에도 참여해 수상자를 선정하는 ‘국민추천포상’ 제도를 통해 훈장 수여자로 결정됐다.

행정안전부는 나눔을 실천한 34명을 ‘제13기 국민추천포상’ 수상자로 선정하고 포상했다고 15일 발표했다. 2011년 시작된 국민추천포상은 국민이 후보자를 추천하면 정부포상심의위원회가 심사를 거쳐 포상하는 제도다. 대국민 온라인 투표를 통해 국민 의견을 수렴한다.

박 전 원장은 필리핀 마닐라에 누가병원을 설립해 50여 개 오지마을의 취약계층을 무료로 진료했다. 췌장암, 간경화, 위암 등으로 시한부 투병 중에도 봉사를 이어갔다. 곽 전 이사장은 15년 동안 기아대책 등에 정기적으로 후원했고, 우리나라 과학 발전을 위해 KAIST에 100억원 상당의 토지를 기부했다. 서울대에도 2억원의 발전기금을 기탁했다. ‘무의탁 아동청소년의 대부’로 불리는 허 신부는 28여 년간 아동 보호시설을 운영하며 오갈 데 없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사회의 올바른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보살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수상자들에게 직접 상을 수여하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신 여러분께 국민의 이름으로 상을 드리게 되어 제게도 큰 기쁨이고 영광”이라며 “여러분 모두가 이웃과 공동체에 사랑과 온기를 전하며 우리 사회를 더 따뜻하게 만들어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약자 복지를 국정 운영의 핵심 기조로 삼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를 더 촘촘하게 더 두텁게 챙기고, 더 많은 나눔이 실천될 수 있도록 고쳐야 할 제도와 관행을 과감하게 개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