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는 결사의 자유 협약 아닌 29호 '강제노동 협약' 위반 제기
문제 제기 형식·내용 달라…노동부 "협약 적용 제외 대상"
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ILO 판단, 전공의 사태에도 적용?
국제노동기구(ILO)가 2022년 화물연대의 총파업 당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결사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판단을 내놓으면서 전공의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ILO의 판단도 주목된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그러나 화물연대와 전공의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은 법적 근거 등 성격이 다르고, 당사자들이 문제를 제기한 형식이나 내용도 다르다는 점에서 별개의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

1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ILO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350차 이사회를 열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과 관련해 진정한 사건에 대한 결사의자유위원회(결사위) 권고안을 채택해 전날 공개했다.

결사위는 "업무개시명령이 파업 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와 화물연대의 노조권을 침해했다(infringed)고 본다"며 한국 정부에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업무개시명령 미이행자를 처벌하지 말 것 등을 권고했다.

말 그대로 '권고'여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ILO가 당시 우리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결사의 자유 원칙에 어긋난다는 판단을 내놓은 것이다.

ILO 이사회가 권고안을 채택하기 하루 전인 13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강제노동금지 협약에 위배된다며 ILO에 '개입'(intervention)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와 대전협 모두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ILO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지만, 내용에는 차이가 있다.

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ILO 판단, 전공의 사태에도 적용?
공공운수노조는 '결사의 자유'에 대한 ILO 협약인 제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와 제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 위반을 주장한 데 반해 대전협은 '강제노동 금지'를 규정한 제29호(강제 또는 의무 노동에 관한 협약) 위반을 문제 삼았다.

세 협약은 우리 정부가 지난 2021년 비준을 완료해 2022년 4월 발효됐다.

문제 제기의 방식도 공공운수노조는 ILO 결사위에 '진정'하는 방식이고, 대전협은 '개입'을 요청한 것이라 차이가 있다.

정부는 '개입'의 경우 사실상 '의견조회' 성격에 가깝다고 설명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2022년 당시 ILO에 개입을 요청하고 추후 결사위에 정식 제소했는데, 대전협의 경우 결사의 자유 협약에 대한 문제 제기가 아니므로 결사위에 진정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이성희 노동부 차관은 "전공의들의 의견조회는 87호, 98호가 아닌 29호에 관한 것"이라며 "29호는 '국민의 생존이나 안녕을 위태롭게 하는 상황'은 적용 제외 대상으로 하고 있고, ILO도 지금까지 비슷한 해석을 해왔다"고 말했다.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은 "화물연대도 29호 협약을 언급하긴 했지만, 그보다는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이용해 파업을 파괴하고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었다"며 "전공의들의 경우 파업권 침해를 문제 삼진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화물연대 사건에 대한 판단이 전공의에 적용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 국장은 "ILO는 29호 제외 대상에 대해 결사의 자유 협약에서 파업권을 제한하는 대상에 비해 훨씬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며 강제노동 여부에 대해 섣불리 판단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결사위 진정을 통하지 않는 다른 감독 절차는 협약 및 권고 적용 전문가위원회에 의한 감독이다.

ILO 전문가위원회는 정기적으로 정부의 보고서 등을 토대로 협약 이행 여부를 감독하게 되는데, 한국의 29호 이행에 대한 다음 보고서는 2026년에야 나올 예정이다.

ILO가 이러한 절차를 통해 전문의 업무개시명령의 29호 위반 여부를 판단한다고 해도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있는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