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택시들이 승객을 태우기 위해 대기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택시들이 승객을 태우기 위해 대기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택시를 호출했을 때 전기차로 배정되면 취소해요."

평균 월 8회 택시를 이용한다는 20대 김모 씨는 이같이 말했다. 김 씨가 전기차를 기피하는 이유는 '멀미' 때문이었다. 그는 "기사님이 난폭운전을 하시는 것 같지도 않은데 전기차 택시를 타면 울렁거린다"며 "택시 호출 앱에 '전기차 제외' 옵션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전기차 택시를 타면 멀미를 느낀다는 일부 누리꾼들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길에서 택시를 잡아탔는데 전기차면 난감하다"고 호소했다. 급기야 한 누리꾼은 "카카오T 전기차 구분법"이라면서 "택시 호출 직후 차종을 확인해 전기차인지 사전에 확인 후 취소하라"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

멀미는 눈과 전정기관에서 받아들이는 정보가 상반될 때 발생한다. 감각기관이 인지하기 전에 몸이 먼저 움직이다 보니 중추 신경이 자극되는 것이다.

전기차 탑승 시 일부 승객들이 멀미하는 이유는 전기차의 구조적 특징을 보면 알 수 있다. 엔진의 분당회전수(RPM)가 어느 정도 올라가야 속도가 붙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의 모터는 작동 즉시 최대 속력을 뿜어낼 수 있다. 전기차는 초기 가속 성능이 뛰어나므로 가속 페달을 부드럽게 조작하는 것이 좋다.

제동도 빠르다. 내연기관차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도 관성으로 일정 속도를 유지하다가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아야 제동이 된다. 반면 전기차는 '회생 제동' 기능을 사용할 경우 가속페달에서 발을 뗀 즉시 속력이 줄어든다.

이 회생 제동 기능의 강도를 높일수록 전비(1kWh당 주행거리)가 좋아지지만, 감속하는 속도 역시 빨라져 내연기관차와는 다른 이질감을 느낄 수 있다. 이에 운전자 성향에 따라 적절한 회생 제동 강도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택시 10대 중 1대는 전기차다. 정부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에 힘입어 2018년 683대에 불과했던 전기차 택시 매년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 왔다.

다만 신규 전기차 택시 등록 대수는 최근 들어 주춤하고 있다. 2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차 택시는 총 1만2552대가 신규 등록됐다. 1만5765대가 등록된 2022년 대비 20.3% 감소한 수치다. 전기차 택시 등록 대수가 지난해 처음 하락하면서 일각에선 소비자의 선호도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 택시조합 관계자는 전기차 택시가 도로에서 많이 보이는 이유에 대해 "기사들이 선호하던 현대차 소나타나 기아 K5는 택시 모델이 모두 단종된 상태"라며 "기사 입장에서 중형급 택시의 선택지가 좁아져 보조금을 받는 전기차를 택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환경 정책에 따라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는 기조를 거스르긴 어렵다"며 "학계도 전기차의 승차감 향상법 개발을 전기차 보급의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전기차용 다단 변속기 개발, 회생 제동장치 강도 조절 세분화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택시 운전자의 경우 전기차 가속 페달의 성능 차이를 이해하고 내연기관차보다 부드럽게 조작하는 등 초기에는 전기차 운전 감각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애플리케이션(앱) 내 전기차 제외 옵션 추가 계획과 관련, 카카오 모빌리티 관계자는 "택시 호출 과정에서 전기차를 제외하는 기능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전기차 택시가 늘면서 관련 민원도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며 "전기차 택시와 관련한 이용자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